한나라당 내에서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예산 편중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예산 편중에 따라 재정 악화 등 갖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면서 우려를 제기하자 정부가 반박성 해명을 하는 등 당정간 엇박자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한나라당내 일부 경제통과 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4대 강 사업 예산에 대해 "재정 사정은 악화될 게 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한정된 자원으로 할 때에는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산업 투자나 다른 재정 투자가 우선 순위가 돼야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서둘러서 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전날 "4대 강 살리기 때문에 도로, 철도나 지역의 크고 작은 일반 SOC 예산이 다 잘려나간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이게 괴담을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정부가 대책을 빨리 세우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9일엔 역시 친박계인 이경재 의원이 "4대강 사업에 올인하다 보니 민생현장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게 많다"며 우려와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적극 해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4대 강 살리기 사업 예산과 다른 분야의 예산 삭감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특히 2002년부터 2007년까지 SOC 분야에 평균 17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2008년과 2009년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20조원과 25조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예산에서는 이를 예년 수준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일 뿐 4대강 살리기 예산 증액에 따른 다른 분야의 예산 삭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이날 전화 통화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지역 예산이 줄어드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괜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다.
특히 민주당 등 야권도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공세를 펴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31일 4대 강 사업에 대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도 아닌데 30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붓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4대 강 사업은 여권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국회 예산 심사 때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감제도 폐지 시한을 둘러싸고도 당정간에 혼선이 빚어졌다. 당정이 27일 당정회의에서 인감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한 뒤 폐지 시한을 정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정부가 불과 사흘 뒤인 30일 '5년 내 폐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조진형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인감 폐지 시한을 일률적으로 5년 이내로 하면 안된다"며 정부 입장에 제동을 걸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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