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일반법원의 2심에 해당)은 지난달 21일 R사 소유의‘레이저를 이용한 교전훈련장비(마일즈)’ 관련 특허(제222236호)를 취소한다는 특허심판원의 결정은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해당 기술은 기존에 널리 쓰이던 기술과 비교해 진보한 게 없다”며 2006년 중소기업 K사가 최초 특허권자 송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판결로 R사가 독점했던 이 기술은 누구나 쓸 수 있게 됐다.
사실 이 기술은 원래부터 ‘대한민국 정부’의 것이었다. 하지만 특허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부실한 사후관리로 인해 ‘제3자(R사)’가 버젓이 특허를 얻게 됐고, 결국 10년 넘게 정부는 소중한 국민 재산을 남에게 넘겨준 격이 됐던 것이다.
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지원해서 얻어진 기술의 소유권은 정부에게 있다. 방위사업관리규정 646조에도 국방과학연구소나 민간업체가 주관하는 연구개발 사업 중 정부가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할 경우 그 소유권은 국가에 있음을 계약 조건에 밝히고 그에 따른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방전력발전업무규정(139조)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국방부는 R사 소유의 특허 관련 기술에 대해 10억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줬으니 기술소유권은 당연히 정부 몫. 하지만 R사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주모씨의 부인 송모씨는 1997년 특허청에 슬그머니 특허 출원을 했고 2년 후 특허권을 얻어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런 사실 조차 모른 채 R사에게 소대급에 이어 대대급 마일즈의 사업권을 줬고 R사는 3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특히 국방부는 R사를 사업자로 뽑으면서 이 특허를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허청의 심사과정 역시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특허 출원 때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특허를 내줬기 때문. 관련 기술은 1990년대 미국에서 널리 쓰여왔던 기술과 비슷했고 특허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게다가 국가 안보와 관련해 주요 기술의 경우 국방부 측과 사전 협의하도록 돼 있지만 이 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가 ‘몰래 얻은’ 특허는 중소기업 K사가 2003년 정부 대신 나서면서 뒤늦게 그 존재가 알려졌다. 2003년 육군본부로부터 중대급 마일즈의 연구 개발 승인을 얻은 K사는 4년에 걸쳐 50억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기술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6년 송씨가 관련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K사의 김 사장은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지만, 군측은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4년 넘는 재판끝에 승소한 김 사장은 “중소기업들이 땀 흘려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특허권자가 법적으로 문제 삼으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눈치 보면서 납품 해야 할 정도”라며 안타까워했다.
수도권의 중소기업 A사는 레이저를 이용한 첨단 기술을 지니고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특허 관리 부실로‘엉뚱한’3자에게 특허권이 가 있는 상태에서 납품을 주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특허관리 실태를 감안할 때,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연구 개발비를 지원한 기술의 특허상태를 전면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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