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휴대폰 요금이 통화량이 비슷한 주요 15개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나라마다 요금을 매기는 기준이 다른 데 따른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온ㆍ오프라인 매장을 가리지 않고 공짜폰이 범람하는 현실은 이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준다.
SK텔레콤은 올해 2분기에만 마케팅 비용으로 9,486억원을 썼다. 사상 최대 규모다. KT와 LG텔레콤을 포함한 이통3사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2조원대로 추정된다. 대부분 상대의 가입자를 빼앗기 위한 단말기 구입 보조금이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는 약 4,600만명으로 이미 포화 상태여서 출혈 마케팅 경쟁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간 수 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기존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보다는 타사 가입자를 빼앗기 위한 보조금으로 나가다 보니 요금 인하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3월 보조금 지급을 허용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경쟁 활성화를 통해 품질 향상과 통신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잦은 단말기 교체에 따른 과소비만 유발했다. 정부는 말로만 가입자 유치 경쟁을 자제하라고 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요금이 인하되도록 보조금 제도를 고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이통사들의 노력이다. 현 정부 들어 여러 차례 요금을 내렸다지만, 할인구조가 복잡해 이용자들이 많지 않은 데다 기존 가입자를 붙잡아두려는 숨은 의도도 엿보인다. 진정 요금을 내릴 의사가 있다면 가입비와 기본요금을 내려야 하며, 과열 마케팅을 중단하는 신사협정을 맺을 필요가 있다.
지금의 휴대폰 요금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우리나라 가계 지출 중 통신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비자들의 각성도 필요하다. 당장은 공짜폰이 좋아 보이겠지만, 결국 비싼 요금으로 전가되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부풀려진 통신비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와 이통업계, 소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