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김희진(26)씨는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여름 샌들을 사러 나왔다. 어떤 신발을 고를까 생각하면서 사람들 발만 보면서 걷고 있던 김씨는 깜짝 놀랐다. 중고생 시절 해변에 놀러 갈 때나 잠시 신었던 플립플랍을 신은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근처 백화점에 간 김씨는 명품관에까지 화려한 장식이 달린 플립플랍이 등장해 있는 것을 보고 그 엄청난 '격상'에 또 한 번 놀랐다.
플립플랍이란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V자형 줄을 끼우는 고리형 샌들로 걸을 때 나는 '퍼덕퍼덕' 소리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1990년대 중반 잠시 유행했던 플립플랍은 발 전체가 노출되는 스타일과 걸을 때 나는 소리로 '얘들이나 신는 신발' '막 신어도 되는 신발'쯤으로 인식돼 왔다. 그랬던 플립플랍이 올해는 고품격화를 무기로 기존 샌들의 인기를 위협할 정도의 신발로 변모한 것이다.
30일 패션의 중심지 명동을 걸어 다니는 사람 중에서도 플립플랍을 신은 사람들이 넘쳐 났다. 아이 손을 잡고 가는 아줌마, 친구와 함께 쇼핑 나온 20대 여성, 손을 꼭 잡은 커플의 발에서도 플립플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자인도 고무 소재의 기본 디자인부터 화려한 큐빅이 박힌 것까지 다양했다. 명동 뒷골목에는 아예 플립플랍만 가져다 놓고 파는 손수레도 보였다.
은색의 반짝이는 플립플랍을 신은 채 친구와 함께 명동에 나온 김나혜(19)씨는 "또래 친구 열 명 중 다섯 명 정도는 외출할 때 플립플랍을 즐겨 신는다"며 "디자인이 예쁘고 가격이 저렴해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의 여성의류잡화 판매점인 '에스레어리' 입구에도 눈에 잘 띄는 곳에 큼지막한 보석이 장식된 플립플랍이 잔뜩 진열돼 있었다. 김광호(30) 매니저는 "올해 플랫슈즈의 인기와 더불어 큐빅이나 구슬이 박힌 화려한 플립플랍이 많이 팔리고 있다"며 "20대에서 30대 후반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지만 그 이상 연령대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김 매니저는 "플립플랍은 가격이 2만원에서 8만원대 사이로 저렴한 편이라 인기가 높다"며 "더운 여름은 물론, 봄ㆍ가을에도 꽤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판매량은 샌들과 플립플랍이 5 대 5정도라는 것이 김 매니저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에서도 플립플랍의 인기는 다르지 않았다. 특히 고급품 판매로 유명한 압구정동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도 플립플랍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도 플립플랍을 신고 퍼덕퍼덕 소리를 내며 걷는 여성들이 많았다.
플립플랍의 인기는 온라인 장터 판매량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옥션에서는 1일부터 28일 사이의 플립플랍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의 신발 카테고리 담당인 우소영 대리는 "분홍 빨강 파랑 녹색 등 화사한 원색 플립플랍의 판매율이 높은 편"이라며 "특히 꽃 모양 코르사주, 구슬과 보석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샌들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워진 디자인이 바로 올 여름 플립플랍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발가락을 끼우는 줄에 큐빅이나 리본 장식을 달아 여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제품이 많고, 바닥 부분에 유명 미술가의 추상화를 넣는 제품도 있다. 소다 마케팅팀의 김희원 주임은 "코코넛 섬유, 왕골, 실크, 천연고무와 같이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져 자연의 멋을 살린 플립플랍도 시장에 많이 출시됐다"고 플립플랍의 고급화 경향을 설명했다.
플립플랍을 살 때는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고르면 되지만 발가락을 끼우는 부분이 고무로 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걸어도 발가락 사이가 짓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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