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하얀 돛의 요트는 우리 어릴 적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사치한 꿈이었다. 그러나 아스라이 멀리 있는 듯하던 그 꿈은 이제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요트를 비롯한 해양 레저는 서울 도심 백화점에 요트용품 코너가 생길 만치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 됐다.
물론 경제위기 속에 많은 국민이 생계를 힘겹게 꾸리는 마당에 요트 따위의 사치한 해양 레저를 얘기하는 것은 망발이라고 나무랄지 모른다. 그러나 해양레저를 단순히 경제적 여유를 즐기는 차원에서 볼 것은 아니다. 경제 발전에 따른 레저 수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산업과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누구보다 정부가 힘써야 할 일이다.
천혜의 바다, 적극 활용해야
우리나라는 해양레저에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육지 면적에 대비한 해안선 길이만 따져도 129배로, 대표적 해양국가인 일본의 87배, 영국의 52배, 미국의 6배 등과 비교할 때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안선 길이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바다에 접근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안선 길이를 늘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인공 섬을 조성하고 있는 중동의 두바이와 비교해 보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조건을 갖고 있다.
정부는 이런 천혜의 해양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마리나 항만 육성법'을 제정했다. 해양레저 활동의 기반 시설인 마리나 건설을 확대, 누구나 쉽게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와 함께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 주요 항만에 크루즈 부두를 건설하여 크루즈 여행의 대중화를 돕는 한편, 매년 전국 해양스포츠 제전을 개최하는 등 해양스포츠의 대중적 보급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로 4회째인 해양스포츠 제전은 8월 7일부터 10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열린다. 여기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성되면, 강과 바다를 연결하는 해양레저 산업이 꽃 필 것으로 기대한다.
전세계 해양레저 산업은 48조원 규모에 이른다. 세계 각국이 내륙중심 관광에서 해양관광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전체 관광산업의 40~50%를 해양관광이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우리가 가진 자연조건과 인적자원을 잘 활용하여 해양레저 산업을 중점 육성하면, 해양레저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을 주제로 개최되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는 우리가 해양레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첨단 해양과학기술과 아름다운 바다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세계 각국에 보여줌으로써 세계인들에게 우리 바다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100년 전 파리 엑스포는 에펠탑을 세계적 명소로 만들었다. 여수엑스포도 남해안과 다도해를 세계인의 가슴에 깊이 심어주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해양레저 강국으로 도약을
해양의 시대는 단순히 바다를 생각하는 시대가 아니다. 바다를 보고 즐기고 느끼고 감동하는 시대이며, 바다가 우리의 몸 속으로 들어오는 시대이다. 500년 전 대항해 시대의 바다는 거친 파도와 미지의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도전의 바다였다. 이제 21세기의 바다는 아름다움을 즐기고 인생을 여유롭게 만드는 풍요의 바다이다.
생명력이 넘치는 바다, 보는 이의 눈마저 푸르게 물들게 하는 깨끗한 우리 바다는 해양을 통한 녹색성장의 기반, 세계 5대 해양강국을 향한 발판이 될 것이다.
최장현 국토해양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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