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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야 '아전인수' 폭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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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야 '아전인수' 폭로전

입력
2009.07.3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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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영화 예고편에 혹해 극장을 찾았다가 실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 여야가 경쟁적으로 공개하는 미디어법 대리투표 동영상들은 이런 기억을 되살리는 듯해 영 개운치 않다.

한나라당이 29일 2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 안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하려는 한나라당 의원의 팔을 잡아 끌거나 장내 혼란을 틈타 전자투표기를 내려놓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지능적으로 투표를 방해한 증거"라며 화면에 잡힌 이미경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앞서 23일 민주당도 미디어법 처리 당시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이 같은 당 정옥임 의원의 전자투표기에 손을 대는 것처럼 보이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의 대리투표 의혹 장면이 담긴 영상을 추가 공개하기로 했다. 여야 양측은 자신들이 공개한 영상 자료가 각각 민주당의 투표방해 행위와 한나라당의 대리투표를 증명하기에 충분한 근거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처럼 국회의원들의 어이 없는 행동들이 국회 사무처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제공한 본회의장 녹화테이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같은 현장을 찍은 동영상 중에서 각자의 입맛에 맞는 장면만을 골라 짜깁기해 상대의 잘못만을 탓하고 있다.

그야말로 아전인수격의 선전전이다. 게다가 22일 당시 42분 동안 진행된 본회의 전과정이 담긴 동영상 가운데 여야가 각각 공개한 짧은 풍경만 보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국민은 없다. 일부 왜곡된 자료를 갖고 내 탓은 하지 않고 네 탓만 하는 여야의 주장에 귀 기울일 유권자는 더욱 없다. 여야는 대리투표 논란을 사법부의 판단에 맡긴 만큼 소모적 폭로전을 삼가고 진상 규명을 위한 객관적 근거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김회경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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