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에서 디저트는 그 정의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트렌드의 거리마다 들어서고 있는 '디저트 카페'와 '디저트 뷔페'들이 식사 후 입가심으로 먹는 후식이라는 디저트의 의미를 간단히 먹는 가벼운 식사라는 뜻으로 바꿔 놓고 있다. 이제 멋쟁이들은 밥 대신, 디저트를 먹는다. 브런치 붐에 이은 디저트 붐이다.
■ '섹스 앤드 더 시티'처럼… 디저트 카페
전 세계 여성들을 열광시킨 미국 트렌디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주인공들이 수다를 떨던 뉴욕의 디저트 카페 '페이야드(Payard)'. 웨스틴조선호텔이 지난해 3월 신세계 본점 명품관에 들여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카페는 올 5월 신세계 강남점에 2호,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 3호가 생겼다.
타르트, 밀푀유, 망고 무스 케이크, 마카롱 등 각종 케이크와 쿠키 샌드위치 등을 음료와 함께 제공하는데 점심시간이면 식사 대신 차와 디저트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린다.
홍익대 앞과 이태원, 신사동 가로수길, 반포 서래마을 등 식문화의 유행을 주도하는 곳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려는 트렌드 세터들을 만족시킬 만한 디저트 카페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타르트로 유명한 홍대 앞의 '스노브(Snob)', SPC그룹이 '디저트 갤러리'를 표방하며 이태원에서 야심 차게 문을 연 '패션 파이브(Passion 5)', 압구정동과 서래마을에 매장을 둔 벨기에식 디저트 카페 '세시 셀라(Ceci_cela)' 등이 인기다.
달디단 케이크 몇 조각으로 식사가 될까 싶지만 디저트 카페를 즐기는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식 식사가 너무 무거워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페이야드에서 만난 신성하(24ㆍ여)씨는 "가볍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한 곳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어 디저트 카페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너무 예쁜 케이크들이 많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 나른한 오후를 상쾌하게… 호텔 디저트 뷔페
호텔들이 계절별로 테마를 달리해 선보이는 디저트 뷔페는 최근의 디저트 열풍을 타고 메뉴와 주제가 다채로워졌다. 배도 꺼지고 나른해질 무렵 새콤달콤한 디저트와 차 한 잔으로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오후 2~6시 제공된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은 로비 라운지 '파빌리온'에서 체리와 각종 베리류를 주제로 한 '체리 베리 디저트 프로모션'을 8월 31일까지 진행한다. 5, 6월 오렌지를 재료로 한 디저트 뷔페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가을엔 초콜릿 디저트 뷔페, 크리스마스 시즌엔 세계 각국의 성탄절 디저트를 선보이는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현숙 인터컨티넨탈 호텔 대리는 "예전에는 디저트 뷔페의 메뉴가 케이크뿐이었지만 최근엔 디저트 붐을 타고 타르트 초콜릿 등으로 풍부해졌다"며 "디저트 뷔페만을 위해 호텔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디저트를
패스트푸드점들도 앞다퉈 프리미엄 디저트를 내놓으며 디저트 붐에 가세하고 있다. 파리바게트는 우유 푸딩을 출시한 데 이어 다양한 조각 케이크와 크레페 등을 선보이고 있고, 버거 전문인 버거킹은 머핀을, KFC는 매장에서 직접 구워 판매하는 에그타르트 같은 '뜻밖의 메뉴'들을 내놨다.
파리바게트 관계자는 "사이드 메뉴에 지나지 않았던 디저트가 불황 속에서도 '작은 사치'를 즐기려는 소비자들 때문에 웰빙과 휴식 문화를 선도하는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 대표적 디저트
1. 타르트(Tart): 밀가루 반죽으로 파이 틀을 만든 후 과일이나 초콜릿을 얹는 프랑스 파이
2. 애플 타르틴(Apple Tartine): 사과 속을 파낸 뒤 생크림을 넣어 얇고 바삭한 밀가루 파이 위에 얹어 구워 내는 프랑스 디저트
3. 밀푀유(Mille-Feuille): '천 개의 나뭇잎'이라는 뜻으로 파이가 겹겹이 층을 이루는 프랑스 고급 디저트
4. 망고 무스(Mango Mousse): 계란과 크림, 망고로 만든 부드러운 크림 타입의 프랑스 디저트
5. 마카롱(Macaron): 계란 흰자를 거품 내 만든 머랭 사이에 각종 크림을 넣은 프랑스 고급 과자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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