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에겐 당 대표 자리가 축배일까 독배일까. 박희태 대표가 10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됨에 따라 정 최고위원 이 대표직 승계 여부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당헌에 따르면 대표가 사퇴할 경우 나머지 최고위원 가운데 서열이 가장 높은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넘겨받게 돼 있다.
정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29일 "최근 대표직 승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정 최고위원에겐 거대 여당의 대표를 맡는 문제가 잠재적 대권후보로서의 정치적 입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는 6선 의원이지만 상당 기간 무소속으로 지냈고, 자신의 텃밭인 울산을 떠나 수도권에서 승부를 겨룬 게 18대 총선이 유일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정 최고위원에게 '여당 대표'라는 직함은 곧바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모험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터라 자신의 뜻대로 당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친이계의 지원이 있더라도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을 중재해낼 수 있을지,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를 잘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표직을 승계할 경우 첫 시험무대가 될 10월 재보선의 성적표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그가 대표직을 승계할지 여부는 주류측인 친이계가 9월 전당대회를 밀어붙일지에 달려 있다. 9월 전대가 실시된다면 정 최고위원의 대표 승계는 어렵게 된다. 물론 박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 친박계가 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를 용인할지도 변수로 작용한다. 정 최고위원에겐 이 같은 안팎의 변수를 조정해내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정치인 정몽준'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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