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해 아직까지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별다른 의혹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를 비롯해 최근 고위공직에 내정된 이들마다 곧바로 이런저런 구설에 휩싸였던 전례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성급한 예단일 수 있지만, 혹독한 홍역을 치른 끝에 골라진 인물이어서인지 김 후보자에게 크게 책잡힐 만한 개인적 흠결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결국 청문회에서는 검찰개혁과 국민적 신뢰 회복에 관한 김 후보자의 철학과 구상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오를 것이다.
김 후보자는 비교적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권력과 권한만 갖고 싸우다 실패한 만큼 이제 국민의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다", "검찰 권력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발언에서 그가 생각하는 검찰권 행사와 운용의 방향이 짚인다. 그런데 사실 이 정도는 전임자들도 비슷하게 공유했던 인식이다. 그것이 번번이 수사(修辭)에 그쳤던 이유는 구체적 방법론의 결여와 취임 후의 의지 퇴색 때문이다.
검찰이 지금처럼 국민적 불신상태에 빠진 것은 결코 수사기법이나 능력이 서투르고 모자라서가 아니다. 현 검찰상황의 직접원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만 해도 그렇다. 범법 사실이 있다면 누구도 법의 단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당연한 원칙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납득하지 못한 것은 그 수사가 현저하게 형평을 잃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정파 지위 교육 재산 등 어떤 조건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법의 잣대는 항상 동일하고 공정해야 한다. 검찰권 행사에서는 '동일한 법의 잣대'야말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가르는 단 하나의 기준이다.
그러려면 검찰총장은 정권의 부당한 통제 기도에 언제라도 맞설 수 있는 결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김 후보자의 말대로 검찰은 아무런 편향성 없이 오직 "범죄와 외롭게 싸우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쪼록 '김준규 검찰'이 공정한 법의 잣대를 제대로 세우는 첫 검찰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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