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28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중 전략경제대화 내내 양국은 유대감을 한껏 과시했다. 양국 경제현안에서 외교 안보 환경 에너지 등 지구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제회의를 방불케 하는 방대한 의제가 오가자 이번 대화가 21세기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G2(주요 2국)' 시대의 서막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을 바라보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입장도 완연히 바뀌었다. 미국은 과거엔 주변국, 특히 일본의 우려를 고려해 중국에 거리감을 둬 왔다. 그러나 이번 대화에서 미국은 21세기에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 안보 질서를 주도할 국가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개막연설에서 중국을 "가장 중요한 동반자"라고 표현하면서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핵무기 확산이나 동아시아에서의 군비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중국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번 대화 기간에 오간 '말의 향연'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들이 연이어 중국의 고사성어를 인용, 중국의 기분을 들뜨게 했고, 중국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산중에 난 좁은 길도 계속 다니면 길이 되고, 다니지 않으면 풀이 우거져 길이 막힌다(山徑之蹊間 介然用之而成路 爲間不用 則茅塞之矣)"는 맹자의 말을 인용하며 양국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人心齊, 泰山移)'는 중국 속담을 인용, "미국과 중국은 벽돌을 쌓듯 굳건한 관계를 맺자"고 제안했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은 "양국 관계가 더 아름다운 미래를 열 수 있겠느냐"고 자문한 뒤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인 "예스 위 캔"이라고 자답했다.
그러나 표면적인 밀착 분위기와는 달리 실질적 합의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이번에도 '말 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거의 유일한 가시적 합의였으나 이나마 미 국무부가 "전 행정부 당시 체결한 협정에 대한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최근 발생한 신장위구르 소요 유혈 진압 등과 같은 인권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서도 합의된'유엔 안보리 제재를 실행하며,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부분도 원론적 입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왕광야(王光亞) 중국 외교부 수석 부부장은 미국이 제안한 '포괄적 패키지' 안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우려를 수용한다면 북한은 기꺼이 새로운 군축합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도 대화를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북한의 가시적 조치를 요구한 미국측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구체적인 것 보다는 생각들이 더 많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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