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타열전! 추억 속으로] 한국여자 골프의 전설 구옥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타열전! 추억 속으로] 한국여자 골프의 전설 구옥희

입력
2009.07.30 00:45
0 0

'캐디에서 골프 전설로.'

한국 여자프로 골퍼들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일명 '박세리 키즈'들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한국여자 선수들의 원류는 '살아 있는 골프 전설' 구옥희(53)다.

그는 한국여자골프의 세계화를 이끈 대모이자 44승(국내 20승, 일본 23승, 미국 1승)의 최다 우승을 보유한 기록 제조기다. 한국선수 최초로 한ㆍ미ㆍ일 3개국 투어를 제패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구옥희 프로를 만나 그의 골프세계와 한국 여자골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캐디가 바꾸어 놓은 골프인생

구옥희는 1975년 경기 연천여고를 졸업하고 마땅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집 근처에 있는 고양시 동산동에 위치한 123골프장에서 캐디를 시작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나이 19세로 캐디생활 5개월쯤 지나 골프를 병행했다.

천부적인 운동소질을 타고난 구옥희는 여고시절 투포환 등 육상 선수로 활약했고 골프에도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하기 위해 캐디 생활을 1년 만에 접었다.

이후 용인골프장과 남서울골프장에서 연습생으로 피나는 훈련을 했다. 마침내 골프채를 잡은 지 3년만인 1978년 5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1기생으로 프로테스트에 합격했다.

■ 골프로 100억원 벌다

구옥희는 프로테스트 합격 이듬해 쾌남오픈에서의 첫 승을 시작으로 거침없는 우승 행진을 했다. 79년 10월부터는 7연승으로 최다 연속 우승을 기록했고, 80년에는 5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독무대를 장식했다. 또 쾌남오픈, 한국프로골프선수권, 수원오픈에서 3연승을 거두며 동일 대회 최다 연속 우승 기록도 보유중이다.

1983년 일본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구옥희는 1985년 기문레이디스와 토오하토레이디스에서 2주 연속 우승을 거두며 열도를 놀라게 했다. 구옥희의 끝없는 도전은 미국무대로 이어졌다. 1985년 LPGA투어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구옥희는 88년 스탠다드 레지스터클래식에서 감격의 우승을 맛봤다. 그러나 체력의 한계를 느껴 93년 일본으로 복귀했다.

그 동안 그가 수집한 우승 트로피가 44개나 된다. 우승만큼 돈도 말이 벌었다. 일본투어에서 모은 상금 80억원에 국내대회 상금과 스폰서 계약금을 합치면 100억원대다.

구옥희는 "돈은 많이 번 것 같은데 그 돈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신사동과 남대문에 4,5층짜리 건물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생활 시절 구옥희의 애칭은 '쿠키'였다. 현재 신사동에 있는 자신의 건물 이름도 '쿠키 빌딩'이다.

그에게는 돈과 관련해 생각하기 조차 싫은 아픈 사연이 있다. 2004년 초 국내 물정에 어두운 구옥희에게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골프장 개발 사업을 한다고 접근한 사기꾼에 속아 10억원을 날린 것이다.

■ 결혼? 다음 세상에서나!

결혼은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골프와 결혼했잖아"라며 "핑계이겠지만 사실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다음 세상에서나 생각 해볼 일이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골프장에서 구옥희에게 "결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전두환 대통령 퇴임후인 90년대 초반 두 차례 동반 라운드를 했는데 당시 전 대통령이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물어 당황스러웠다고. 대통령과 라운드하면 사례비는 얼마나 받을까. 구옥희는 "그 분 손이 커서인지 많은 액수를 받은 기억이 난다. 정확한 액수는 비밀이다"며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또 "워낙 높은 분과의 라운드여서 우승경쟁을 하던 대회 때보다 더 긴장되고 신경이 쓰였다. 전 전대통령의 골프실력이 대단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 골프로 받은 사랑, 골프로 보답하고파

KLPGA 부회장을 맡고 있는 구옥희는 일본생활을 청산하고 올해부터 국내무대로 복귀해 시니어 대회에 가끔씩 출전하거나 후배들을 지도하며 조용히 생활하고 있다. 요즘 후배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것도 보람이자 자랑스럽게 여긴다.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이유에 대해서는 "피나는 연습과 부모들의 열정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다음달에는 남서울골프장에 '구옥희 골프 아카데미'도 열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장학회와 골프박물관 등을 설립해 한국 골프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