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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한 머스 커닝엄의 예술세계/ 인체의 모든 움직임에 의미 둔 춤의 해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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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한 머스 커닝엄의 예술세계/ 인체의 모든 움직임에 의미 둔 춤의 해방자

입력
2009.07.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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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현대무용에서 가장 혁명적이고 가장 철학적인 안무가가 세상을 떠났다. 26일 별세한 머스 커닝엄은 현대무용에서 전위예술, 개념예술의 문을 연 선구자이자 영원한 아방가르드이다.

커닝엄이 등장하기 전 현대무용은 마리 뷔그만으로 대표되는 독일 표현주의가 지배했다. 텍스트 없이 분노, 우울, 환희 등 감정 표현을 극대화한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한 춤을 내놓던 사조이다. 커닝엄은 감정 표현도 버리고 오직 인체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집중했다.

움직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모든 움직임은 춤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춤은 무엇을 설명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춤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그는 춤을 해방시켰고, 춤과 안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의 안무 방식의 핵심은 '불확정성'과 '우연'이다. 음악을 듣지 않고 움직임을 구성했고, 주사위나 동전을 던져 동작의 순서를 정했고, 등장 인원 수와 공간 배치 조율에는 확률 공식을 활용했다. 따라서 같은 작품도 매번 다르다.

이는 즉흥과는 다르다. 기본 요소들은 미리 정교하게 고안된 상태에서 우연이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무, 의상, 음악, 무대장치는 따로 작업해 공연 당일 드레스 리허설에서야 처음 만나 한 작품을 이루곤 했다.

그는 이러한 무작위성과 비정형이야말로 삶의 본질이자 긍정적인 면이라고 보았고 그것을 즐겼다. 그의 작품에서 춤은 꼭 무대 중앙이나 앞에서 정면을 향해 추는 게 아니라 무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었고, 관객 역시 눈길 닿는 대로 보도록 만들었다. 생전 인터뷰에서 그는 춤의 본질에 대해 "살아 있음을 느끼는 매 순간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커닝엄은 워싱턴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했다. 현대무용과 발레를 모두 익힌 뒤 20대 첫 6년간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에서 춤을 추다가 1940년대 초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서 '우연성'과 '불확정성'은 1950년대부터 분명해지는데, 여기에는 미국 현대음악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존 케이지의 영향이 컸다.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케이지가 199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반세기 동안 계속됐다. 케이지뿐 아니라 라우셴버그,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재스퍼 존스, 백남준 등 전후 현대미술의 거인들이 그의 작품에 참여했다.

커닝엄 무용단은 창단 10주년이던 1964년 6개월간 세계 투어를 하면서 명성을 굳혔고, 한국에는 1984년과 2004년 두 번 왔다. 2004년 내한공연 작품 중 하나인 '분리된 양면'(Split Sidesㆍ2003)은 안무, 음악, 조명, 의상, 무대 세트를 모두 2개씩 준비한 상태에서 주사위를 던져 즉석에서 편집해 공연했다.

전통에서 벗어난 커닝엄의 실험은 1950년대 초 시작돼 노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70세이던 1989년부터는 컴퓨터를 안무에 활용, '모션 캡처'가 만들어낸 가상 댄서가 실제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작품을 내놓는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춤과 결합했다.

70세까지 자신의 무용단 공연에서 솔로를 췄고, 80세 기념 공연에서는 바를 잡은 채 바리시니코프와 2인무를 췄다. 죽음이 임박해서도 찾아온 친지들에게 새 작품 구상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진보를 거듭한 그의 면모야말로 위대한 예술가답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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