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기관장이 정부 주무부처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더라도 자진해서 사직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물러났다면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경구)는 심일선 전 한국산재의료원 이사장이 "노동부의 사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사직서를 냈다"며 낸 이사장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직할 의사가 없었다 해도 그 뜻이 외부에 객관적으로 표시된 이상 효력을 갖는다"며 "사직 의사를 취소하려면 (사직서에 따른) 의원면직 처분이 이루어지기 전에 했어야 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상급기관의 지속적인 강요에 의해 의사 결정의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4월 노동부 차관이 한국산재의료원 총무이사 이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심 전 이사장의 사표를 요구했고 노동부의 담당 과장도 이씨에게 전화해 임원 전원의 일괄 사표를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심 전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사직서를 내 의원면직 된 뒤 10월 국회 재정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노동부에서 사퇴 압력이 들어왔고, 못 나가겠다고 버티니 특별감사와 예산 삭감 조치가 취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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