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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으로 떠나는 '고려 역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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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으로 떠나는 '고려 역사 여행'

입력
2009.07.2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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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역사가 눈 앞에 펼쳐진다. 현재와 가까운 조선, 그리고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인 신라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왔던 고려시대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잇따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5일 개관 64년 만에 처음으로 '고려실'을 신설하고 '일맥상통 우리역사'라는 상설전을 열고 있다. 고려실 신설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실을 시대별로 개편하는 작업의 첫 결실이다.

지금까지 상설전시실은 구석기시대부터 발해에 이르는 '고고관'만 시대순으로 되어있었을 뿐 그 이후는 인쇄실, 금석문실, 지도실 등 주제별로 나뉘어있어 우리 역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기 힘들었다.

고려실은 개국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 고려의 역사를 따라가며 국보 5건, 보물 18건 등 759점의 유물을 배치했다. 후삼국 통일과 문벌귀족시대를 담은 1실에서 출발, 고려의 대외관계와 무신정권, 정신문화를 다룬 2실을 거쳐 원 간섭기 유물을 모은 3실로 마무리된다.

인종의 시호와 생전의 업적을 새긴 '인종시책', 도교의 영향이 드러난 '청자 도교 인물 모양 주전자', 고려인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는 '사신문 석관' 등 고려의 정치, 사회, 문화를 입증하는 유물을 두루 볼 수 있다.

또 극히 드문 고려불화 가운데 '수월관음도'(우학문화재단 소장)와 '지장시왕도'(호림박물관 소장)를 나란히 걸었다. 두 불화는 9월 27일 이후에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만큼 관람을 서둘러야 한다.

함경도 경원 지방에 여진인들이 세운 '경원 여진문자비'(1156년 추정)와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를 물리친 것을 기념해 세운 '황산대첩비명 탁본' 등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들도 있다. 경원 여진문자비는 현재까지 확인된 여진 문자비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28일에는 수중의 보고로 떠오른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유물을 일반에 공개하는 '고려청자 보물선'전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막,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2007년 한 어부가 이곳에서 고려청자를 물고 있던 주꾸미를 잡으면서 세상에 알려진 고려시대 청자운반선인 태안선이 900년간 품고 있던 수만점의 유물 중 630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태안선을 건져올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전남 강진군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난파 보물선이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더해져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강진을 출발해 개경으로 가다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태안에서 침몰한 뒤 깊은 잠에 빠져있던 태안선에는 2만3,000여점의 고려청자가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선원으로 추정되는 30대 고려 남자의 인골도 발굴됐다.

전시장에서는 해학적인 멋이 가득한 사자 모양 향로, 두꺼비 모양 벼루, 참외 모양 주전자 등 바다에서 건져올린 고려 청자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청자의 생산자와 수요자, 유통 경로를 적은 화물표인 목간(木簡)은 아득한 고려시대 난파선의 실체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또 태안선의 출발지이자 고려시대 대표적 청자 생산지였던 강진의 가마터에서 출토된 청자들도 함께 전시해 태안선 유물과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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