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나들이를 보면서 얼마 전 행사가 떠올랐다. 탈북자 정착지원기관인 하나원 개원 10주년이었던 지난 8일 통일부는 대규모 기념 행사를 열었다. 각계 인사와 내외신 기자 등 수백 명이 경기 안성시의 하나원에 초대됐다. 통일부는 '하나원 내부 최초 공개'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얼굴이 공개돼 북한의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는 탈북자들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벌벌 떨었다. 탈북자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뭔가를 보여주려는 데 급급해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 장관은 이날 탈북자들이 일하는 경기 파주시의 제조업체 두 곳을 찾았다. 탈북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세워진 사회적 기업들로, 탈북자 정착지원 모범 사례로 꼽힌다. 탈북자들은 정착 성공 사례를 자랑했고, 현 장관은 "이런 사회적 기업이 더 많이 생겨 대한민국이 희망의 땅이란 것을 (탈북자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통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해 개선점을 찾기 위한 방문"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했지만 언론용 행사에 가까웠다.
현 장관은 앞으로 2주 동안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 생활이 어려운 이산가족들을 찾아간다. 소외 계층의 민생 현장을 점검하는 차원이라는 게 통일부측 설명이다. 통일부장관이 왜 갑자기 소외 계층 챙기기에 적극 나서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서민 행보를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통일부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것에 너무 매달려 있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들이 현장을 찾아 민심을 직접 듣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 방문의 진짜 목적이 '듣는 것'인지 '보여 주는 것'인지가 헷갈리는 지경이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정치부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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