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랑이 태국 신부를 수줍게 맞는다. 하객이라곤 자원봉사자 몇 명이 전부. 고아로 자라 과일행상을 하는 덩둘한 처지에 예식은 언감생심, "사랑만은 변치 말자"는 공치사로 에둘렀던 신랑이 함빡 웃는다. 이역만리에 날아와 결혼 4년 만에 웨딩드레스를 입게 된 신부도 이날 호사가 황홀하다.
4년을 살뜰히 벌었어도 눙치기만 했던 이들 부부의 결혼식 꿈은 현대증권 덕분에 현실이 됐다. 식장을 빌려주고, 웨딩 촬영까지 도맡았다. 예식사업을 하는 곳도 아닌데 어찌 된 영문일까. 객장(客場)을 결혼식장으로 빌려준 것이다.
돈을 굴릴 요량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는 손(客)으로 북적거리는 장소에서 백년가약을 맺었으니 의미 또한 남다르다 하겠다. 더구나 해당 객장은 현대증권이 업계최초로 개설한 여성특화점포(부띠크모나코 지점)이니 만큼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터.
결혼식을 제안한 김은정 부띠크모나코 지점장은 "다문화 가정을 돕는 한국미래사회여성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 부부의 사연을 접하고, 객장이 금융거래가 아닌 문화 및 사회공헌의 장으로도 활용되길 바라는 소망을 품었노라"고 했다.
소망은 어느 날 뚝딱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현대증권이 전사적으로 공들이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직원들의 영혼에 스며든 덕이다. 1회성 행사를 거부하고 지속적인 상생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증권의 사회공헌은 입사가 결정된 순간부터 시작된다. 신입사원은 경로당 대청소, 어르신 생신잔치, 홀로 사는 저소득 무의탁 노인 가정 방문 및 김장김치 전달 등을 통해 금융보다 먼저 사회의 낮은 자리와 조우한다. 지난해 열린 주먹밥 콘서트 행사에선 현장에서 모인 기부금만큼 추가로 기부하는 방식(매칭 그랜트)으로 결식계층을 도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바쁜 와중에도 이웃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엔 임직원들과 더불어 영등포지역의 저소득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 난방용 등유와 후원금을 전달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배려해 최 사장과 직원들이 직접 가가호호를 방문해 등유를 나눠줬다. 행여나 부족할까 싶은 마음에 언제든 배달이 가능하도록 등유 상품권을 함께 선물한 것도 세심한 배려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쌀 선물을 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만난 어르신들을 잊지 않고, 자매결연을 맺은 농촌마을에서 구입한 쌀을 기부하는 등 한번 맺은 인연을 놓지 않고 있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인 협력망도 자랑이다. 현대증권은 매년 각 영업점과 부서들이 서로 도와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영등포 수유 자양 중곡 사회복지관엔 난방기름 및 쌀을 지원했고, 본사 부서 및 지점별로 소속된 지방자치단체 내의 사회복지시설도 후원하고 있다. 직원들간 상호협력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빛을 발했다. 태안인근의 서부지역본부가 임직원들의 자원봉사를 주도했고, 각 지점은 자발적인 성금 모금으로 화답했다.
도움은 지속적이다. 각 부 및 영업점과 지원 대상자들이 자매결연을 맺도록 주선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증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개로 알게 된 이웃 70여명에게 매달 생활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생색이 아닌 실질적인 농촌사랑도 앞장서고 있다. 농번기 때마다 찾아가 일손을 돕는 건 기본이다. 자매결연 마을에서 생산한 쌀을 구내식당 급식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사내 인터넷 장터를 통해 자매결연 마을지역 특산품을 임직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현대증권의 자매결연 마을은 두 곳(전남 영암 망호정마을, 전남 장흥 영보마을)이다.
이밖에 자선음악회와 영상축제 등 각종 문화행사도 후원하고 있다. 최 사장은 "나눔의 기업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1회성은 지양하고, 소외계층과의 지속적인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