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광복절 사면에 대해"기업인들, 공직자들 등 여러 계층에서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사면은 오로지 생계형 사면이 될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농민 어민 서민 지영업자, 특히 생계형 운전을 하다가 면허가 중지된 분들"이라고 구체적 대상을 명시한 뒤 150만명 정도의 규모까지 제시했다. 법무부에서도 구체적인 대상자 분류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역대정권에서 사면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사면권 행사는 극히 제한적이고 예외적이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에도 국민의 일반정서에 반하지 않도록 엄격하고도 공정한 기준이 적용돼야 함을 강조해 왔다. 사면권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는 하지만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사면권 제한을 대선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지난 정부마저 정치적 동지를 구제하기 위한 방편 등으로 사면권을 남용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정권 들어서 지난 해 두 차례 사면 때도 비리 정치인과 선거사범, 경제인과 고위 공무원 등이 대거 정권의 '은전'을 받은 바 있다.
잦은 사면이 그 때마다 내세운 국민 화합이나 경제 살리기에 실제로 도움이 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대통령의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사면의 원칙을 세운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물론 생계형 사면대상의 기준과 범위를 정하는 데도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주요 국경일 때마다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사면 때문에 번번이 법 위반자들의 기대감을 부풀리는 등 국민의 일상적 법의식에 미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더라도 불법 비리를 저지른 사회지도층에 대한 '배려'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만으로도 상황은 크게 진일보한 것이다. 이번 광복절 사면이 바람직한 사면권 행사의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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