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전 한반도와 만주를 무대로 벌어진 청일전쟁을 서구인의 시각으로 서술한 <구한말 러시아 외교관의 눈으로 본 청일전쟁> (살림 발행)이 한글로 번역ㆍ출간됐다. 구한말>
이 책은 러ㆍ일전쟁 당시 대한제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으로 서울에 머물던 제노네 볼피첼리(1856~?)가 쓴 것으로, 전쟁이 끝나고 1년이 지난 1896년 영국에서 출간된 것이다.
볼피첼리는 세세하게 전쟁을 묘사하는데, 황해해전(1894)에서는 함선 배치와 작전 개요를 삽화로 넣었을 정도다. 이 책은 아시아의 운명을 바꿔놓은 전쟁이 어떻게 발발하고 전개됐는지를 생생히 기록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잠재적 강대국으로 경계하던 중국을 약소국으로 여겼던 일본이 격퇴한 것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따라서 책의 내용도 일본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요인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19세기 말 격변기 아시아를 대하던 서구의 시각, 철저히 무시되었던 조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근대사 연구에 있어 주목을 받을 만한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청일전쟁 당시 병참 루트로 사용됐던 한반도와 만주의 지리적 정보, 김옥균 암살의 상세 정황 등을 세세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현장감 넘치는 문체로 전쟁을 기록하는데, 이 점은 역사서로서뿐 아니라 교양서로서의 호소력을 이 책에 부여한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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