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골프계는 '땅꼬마'(단신) 천하.
60세 할아버지 톰 왓슨의 브리티시 오픈 선전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노장 파워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땅콩'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27일(한국시간) 새벽 프랑스 에비앙-르뱅에서 끝난 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일본의 '작은 거인' 미야자토 아이(24)가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을 연장전에서 꺾고 LPGA투어 데뷔 4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LPGA투어 홈페이지에 기록된 미야자토의 키는 5피트 2인치(157㎝)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155㎝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PGA투어의 대표적인 단신 선수다. 특이한 점은 최근 LPGA투어 4개 대회 연속 우승자가 모두 신장 160㎝ 이하의 아시아계 땅꼬마들이라는 사실이다.
지난달 29일 신지애(154㎝)의 웨그먼스LPGA 우승을 시작으로 이은정(160㎝ㆍ코닝클래식), 지은희(160㎝ㆍUS여자오픈), 미야자토의 우승까지 4개 대회 챔피언 모두 신장의 열세를 딛고 정상에 오른 것.
이들 4명의 올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49.7야드. LPGA투어 이 부문 80위에 해당한다. 271.9야드로 1위인 청야니(대만)와는 22.2야드 차이가 난다. 그러나 4명의 평균타수는 71.22타로 20위에 해당하며 깜짝 우승한 이은정을 제외한 3명의 평균타수는 70.76으로 13위 수준이다.
이들은 비록 신장 열세에 따른 드라이버 비거리 감소의 핸디캡은 있지만 대신 정확한 드라이버샷과 정교한 아이언 샷, 고감도 퍼팅, 그리고 피나는 연습, 투지와 끈기를 앞세운 승부근성이라는 생존방식의 특기가 있다. 상금랭킹에서도 신지애가 2위, 미야자토 4위, 지은희 6위 등 상위권에 포진해 '꺽다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편 이 대회에서 이미나(28)는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낭자군은 4개 대회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아시아계 4연속 우승의 '황색돌풍' 에 위안을 삼았다.
이번 대회에서 선두 경쟁을 벌였던 김인경과 최나연(22)은 10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낭자군은 오는 30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에 재도전한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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