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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국가대표'

입력
2009.07.2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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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의 영어 제목은 'Take Off'. 국가대표 스키점프 팀의 악전고투를 웃음과 눈물로 전하는 이 영화는 영어 제목처럼 한국 스포츠 영화의 비상을 알린다.

탁 트인 하늘을 날며 눈 덮인 대지와 관중들의 환호를 내려다보는 이 영화의 비상은 아찔한 쾌감과 속도감을 전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여름 극장을 찾은 값을 다한다. 가히 한국 스포츠 영화의 신기원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스키점프 팀의 구성 과정에서 우선 웃음을 찾는다. 인심과 임신의 의미조차 구분 못하는 입양아 출신의 차헌태(하정우)와 스키의 스펠링을 'Sky'로 아는 방 코치(성동일),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나가노를 '나가요'로 발음하는 천하의 바람둥이 사고뭉치인 흥철(김동욱) 등이 스키점프의 S도 모르는 채 팀을 꾸리면서 웃음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다단계판매에 목을 매 '옥장판 같은 X'이란 험담까지 듣는 방 코치의 딸(이은성) 등이 엮어내는 주변 에피소드가 포개지며 웃음소리는 더욱 커진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국가대표팀의 애환, 생모를 만나고도 뒤돌아서야 하는 차헌태의 사연 등 주인공들의 삶에 스민 고달픈 개인사는 관객의 가슴을 겨눈다. 김용화 감독은 유치와 신파의 벼랑까지 위태롭게 관객을 몰아가다 천연덕스럽게 슬쩍 발을 빼는 식으로 웃음과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에서 누선과 배꼽을 동시에 자극하며 남다른 흥행 감각을 선보였던 그답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이 초반 극의 호흡을 흐트러뜨리기도 하지만 직설과 상투적인 영화어법에서 벗어난 그의 화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절정은 오합지졸에 불과한,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던 국가대표가 나가노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다가온다. 쓱싹거리는 스키 소리와 함께 시속 90㎞의 빠른 속도로 활강하던 이들이 하늘로 비상하는 장면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스펙터클로 동공을 가득 채우고 심장을 데운다.

세계 스키점프대회 중계 스태프와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으로 얻어낸 이 장면들은 땀내는 났지만 동호회 수준처럼 보였던, 종전 수많은 한국 스포츠 영화의 경기 장면들을 초라하게 만든다.

두고두고 복기해도 아깝지 않을, '국가대표'를 매끈한 웰메이드 영화로 비상시키는 매혹적인 장면이다. 마케팅비 등을 제외한 순제작비 75억원이 들었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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