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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치과 무료진료에 2만여명… "이것이 미국 의료보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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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치과 무료진료에 2만여명… "이것이 미국 의료보험 현실"

입력
2009.07.2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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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초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미국의 빈민계층이 버지니아주 와이즈에 마련된 무료 치과 치료 진료소에 몰려들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이동식 차량에 침대만 설치한 변변치 못한 시설이었지만 이틀 동안 2만5,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찾아와 북새통을 이뤘다.

미국 굴지의 보험회사 고위임원 출신인 웬델 포터는 2년 전 같은 행사에서도 이런 광경을 목격했고 곧바로 직장을 뛰쳐나왔다. 미국 건강보험이 병들고 가난한 수천만 명을 전혀 감싸지 못하고, 보험회사는 이익을 얻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현실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한 일이 세계에서 가장 의학이 발달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 고위임원 출신으로는 드물게 지난 달 미 의회에 나와 건강보험 문제에 관해 증언했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계속 올리면서도 환자가 정말로 아플 때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주장의 요지이다. 그는 "보험사가 얼마나 고객을 외면하고 환자들을 양산하고 있는지 목격했다. 보험사의 관심은 오직 월가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는데 맞춰져 있다."고 증언했다.

포터는 보험사가 언론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유력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해 건강보험 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장면을 사내에서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미국 의료보험체계가 환자에게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미국인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하는 절름발이 상태라고 힐난했다. 보험사는 환자에게 치료비를 제공하기보다는 돈을 지불하지 않을 방법에 대해서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미 의회 조사에 따르면 2003~2007년 3개 보험회사에서만 2만명의 계약자가 해지 통보를 받아 회사측이 수백만 달러의 이득을 보았다. 이 돈은 정치인과 의료보험개혁 반대 TV광고에 투입됐다고 한다. 보험사들은 매일 140만 달러(17억원)를 반대 캠페인에 쏟아 붓고 있으며 지난 9년 동안 3억7,200만 달러(4,600억원)가 개혁법안을 깎아 내리는 TV광고에 쓰여졌다는 보고서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건강 보험 미가입자 4,700만명에게 최소한의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자는 개혁을 추진중이다. 공화당은 의보개혁이 사회주의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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