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정교한 위폐 감식기라 하더라도 인간의 오감(五感)을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소리를 듣고, 냄새까지 구별할 수 있어야 기계가 놓치는 10%의 위폐를 찾아낼 수 있지요."
일반 은행원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홍콩상하이은행(HSBC)으로부터 외화 위폐감별사 인증을 받았다. 우리은행 수신서비스센터에서 외국통화 출납업무를 맡고 있는 신도섭(44) 차장이 그 주인공.
신 차장은 HSBC 미국지사의 위폐감별연수에 참가하는 등 2년간의 노력 끝에 최근 HSBC가 실시한 최종 테스트를 통과, '위폐감별사 인증서'(Certificate of Achievement)를 취득했다. 이 인증서는 세계 최대 외화 위폐감별 전문가 인력을 운영 중인 HSBC가 상당 수준의 위폐감별 지식과 기술을 인정받은 사람에게만 수여하는 일종의 자격증이다.
각 은행 담당자들도 위폐감별 관련 교육과 연수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 인증서가 아닌 참가 여부(Certificate of Attendance)만 인정받는 수준이다.
신 차장은 "100달러짜리 위조 지폐인 '슈퍼노트'는 최첨단 기계로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정교해 전문가의 손을 거칠 수 밖에 없다"며 "진폐와 위폐는 촉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위조지폐 구별 비법은 '소리'다. 위조 지폐의 경우 손으로 칠 경우 경쾌한 소리가 나는 반면, 가짜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는 것. 색깔도 중요 포인트다. 위조 지폐는 제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색을 조금 엷게 하는 경향이 있어 색상 면에서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위폐감별 전문가로 인증을 받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국내에 위폐 전문가 과정이 사실상 전무해 각국 중앙은행 홈페이지를 직접 찾으며 독학했고, 2년간 진행된 HSBC 교육 과정에서도 최고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며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신 차장이 외화 위폐감별 전문가로 인증 받음에 따라 우리은행은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게 됐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위폐 감별사가 많지 않아 대부분 고객으로부터 수납한 외화를 외국은행으로 전량 수출하고, 필요한 외화를 외국은행에서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폐감별을 하지 못해 일단 해외로 보내 진폐 검증을 거친 뒤 다시 들여오는 것이다. 수출입 수수료 비용만 연간 수십억원에 달했는데, 신 차장이 감별사 인증을 받으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신 차장은 "외화 위조지폐의 경우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감별 전문가들도 끊임없이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위폐 전문가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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