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공공기관 선진화 사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준공공부문의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로부터 일정한 업무를 위탁받거나 자금을 지원받아 비상업적인 공익 임무를 수행하는 준공공부문이 이기주의와 방만 경영으로 나라 살림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재계 지적이다.
전경련은 27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우리나라 준공공부문의 실태 분석과 혁신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행정학과)에 의뢰해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준공공기관은 모두 281개(준정부기관 77개, 기타공공기관 204개)이며, 예산은 총 175조4,000억원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ㆍ901조1,000억원)의 19.5%에 해당할 뿐 아니라 중앙정부 일반회계예산(156조5,000억원)보다도 더 큰 규모(112.1%)다. 전체 종사자도 17만1,000명으로 국가 공무원(60만6,000명)의 28.2%, 중앙정부 일반직 공무원(10만976명)의 1.7배에 해당한다.
또 지방정부 준공공부문은 모두 394개로 추정되나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다. 지방정부 준공공부문(출자ㆍ출연기관)은 조례에 의해 손쉽게 설립되고 있는데다 일부 기관은 아예 조례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준공공기관의 규모가 커진 것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준공공기관과 산하기관 수를 늘리려는 주무부처의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자회사의 신규사업 진출이나 자회사 신설의 타당성을 사전에 제3의 기관에서 점검하는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와함께 준공공기관의 규모가 커지며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이 늘고 있어 결국 국민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 준공공부문에 대한 재정지원(출자, 출연, 보조금) 규모는 2007년 17조9,611억원으로 중앙정부 일반회계예산(156조5,000억원)의 11.5%나 됐다.
보고서는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유사한 준공공기관을 별도로 설립함에 따라 중복투자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밝혔다. 예들 들어 지방상수도(지자체 담당)와 광역상수도(한국수자원공사 담당)의 시설 설치에 관한 정책 조정이 미흡해 중복 투자가 계속 발생하고, 이 때문에 상수도시설의 평균 가동률이 1995년 69.5%에서 2006년에는 50.8%로 떨어졌다.
이러한 지방정부 준공공부문의 기능 중복과 가동률 저하는 2007년 결산대상 지방공기업(339개)중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지방공기업이 91개(26.8%)에 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곽 교수는 "준공공부문의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우선 민영화와 아웃소싱 등의 자구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지균형 확보와 경쟁력 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들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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