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미디어법을 둘러싼 법적 논란과 관계없이 시행령 개정을 3개월 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디어법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신규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비롯한 대형 이슈들의 밑그림이 빠르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시행령 마련 이후 줄줄이 불거질 이슈인 민영 미디어렙과 지상파 방송사 구도개편에 대한 입장도 밝혀 미디어법 개정이 '미디어 빅뱅'의 끝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방통위는 미디어법 개정 이전부터 신규 종편과 보도전문채널(보도PP)의 연내 출범을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법 통과가 안 돼도 예정대로 종편채널 선정작업을 할 것"이라 밝혔을 정도로 신규 종편채널에 대해 대단한 집착을 보여왔다.
신규 승인할 종편채널 사업자 수는 거의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이 비록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지상파 시장처럼 종편이나 보도PP들도 3개 사 정도가 경쟁하는 구도가 적절해 보인다"고 한 말은 방통위 안에서 어느 정도'합의'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방통위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편은 연내 최대 2개만 승인하고, 내년 이후 3개 이상으로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YTN과 MBN을 통해 시장을 경험했던 보도PP의 경우는 곧바로 연내 1개 사업자를 승인해 3개 채널이 경쟁하는 구도를 마무리지을 전망이다. 하지만 방통위 측은 신규 종편채널 수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데 꽤 조심스러워한다.
최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편의 수는 2개 내외가 될 듯 하다'는 직원의 보고에 대해 모 위원이 "정해진 것이냐?"고 되물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이런 조심스러움은 현재의 광고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새 방송사가 생기면 구 매체의 광고물량을 끌어와야 하는 '제로섬' 상황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업자 선정기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진다. 최 위원장은 "단일한 사업자보다는 컨소시엄 형태가 참여하는 게 좋다"며 "경쟁력을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이며 공익성에 대한 존중도 고려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방통위가 콘텐츠 제작의 전문성을 갖춘 신문사와 자본력을 갖춘 기업의 연대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종편 사업자 선정 이후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렙을 몇 개로 할지 논의하고 있지만 아마 과도기적 체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와 같은 1개의 공영 대행사와 여러 개의 민영 미디어렙이 함께 경쟁하는 광고시장의 구상을 밝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코바코의 독점적인 방송광고 대행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연내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민영 미디어렙은 경쟁이 없는 코바코 체제와 달리 광고시장의 무한경쟁을 불러와 일단 '광고 파이' 키우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선 민영 미디어렙이 채널사업자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정체된 광고시장을 풀 수 있는 해법이기에 도입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코바코의 광고 끼워팔기로 지원을 받았던 지역 언론들의 반발이 가시화, 민영 미디어렙의 정착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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