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돈을 준 기업인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한 반면, 이 기업으로부터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부장 최철환)는 24일 수도관 납품업체인 ㈜한국주철관공업으로부터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1,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장 전모(50)씨 등 공무원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뇌물수수죄를 인정하려면 적어도 피고인들이 장학금을 신청하거나 받을 당시 장학금을 가장한 뇌물, 또는 부정한 대가라는 사실을 알았어야 하는데 피고인들은 그러한 인식이 없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돈을 준 회사측이 장학재단을 통해 조직적으로 관련 공무원에게 자녀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피고인들은 자녀들의 제 증명서를 제출한 뒤 선발됐기 때문에 돈을 준 측의 의도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기초단체 또는 공기업에 근무하는 피고인들은 한국주철관측이 회사 직원 자녀를 위해 설립한 장학재단을 통해 '납품 때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1999년부터 최근까지 한번에 100만~200만원씩 지속적으로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이들 공무원에게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주고 환심을 산 뒤 중국산 수도관 반제품을 KS 인증제품인 것처럼 속여 자치단체 등에 공급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기소된 이 회사 김모(63) 회장에 대해 지난 2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은 "법원이 '장학금 제도를 이용해 공무원에게 로비하라'는 내부 방침에 따라 별도 선발절차나 합법적 증여과정 없이 지속적으로 돈을 준 회사측 행위에 대해 뇌물죄를 인정하면서, 이 돈을 받은 공무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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