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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외국인과 공유하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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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외국인과 공유하는 '우리말'

입력
2009.07.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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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교육에서 원어민과 비원어민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원어민은 정통 언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에게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특히 영어 교육에서 두드러진다. 원어민 강사를 선호하고, 아예 영어권 국가로 자녀를 보내는 부모도 많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원어민과 비원어민의 차이는 점차 흐려지고 있다. 글로벌화의 중요한 현상 가운데 하나는 사람의 이동이다. 글로벌 시대의 특징은 대도시에서 여러 민족이 섞여 사는 것이다. 북미, 유럽, 호주 등의 대도시는 많은 외국인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 다민족 도시가 형성되었다. 이런 세계적 사람의 이동, 외국인 이민은 아시아에서 특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도 최근 10년 사이 외국인 인구가 3.5배나 증가했다.

이렇게 대도시에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민족이 모여 살게 되면 그 도시는 다중언어 사용지역으로 변한다. 다중언어 지역에서의 언어 사용 형태는 다양하다. 서울의 일상을 살펴보면 한국인은 외국인과 대화할 때 여러 외국어를 사용하고, 한국어 비원어민은 한국어 모국어 영어를 섞어 사용한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모국어와 한국에서 하는 일, 한국어 능력 등에 따라 언어 사용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은 틀림 없다.

언어 사용형태가 다양해질 수록 원어민과 비원어민 구분은 의미가 없어진 다. 가장 큰 이유는 대다수 원어민이 비원어민의 말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비원어민의 어색한 발음이나 표현을 처음 들을 때는 신기하지만, 많이 접하면 점점 익숙해진다. 옛날 서울에 외국인이 많지 않을 때는 어디서든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만 하면 상대방은 놀라는 표정으로 '우리말 잘 하시네요'라며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또 다른 이유는 직업의 세분화에 따라 특정한 전문분야의 업무능력이 언어능력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고 있는 구글(Google)의 전문인력은 절반 이상이 외국 태생이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많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비원어민이 많아지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말하는지 보다 무엇을 말하는지에 중점을 둔다. 모국어를 따지는 것은 오히려 세련되지 않은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비원어민의 말에 익숙해짐으로써 또 다른 언어사용 관행이 형성된다. 어색한 발음과 독특한 표현에 익숙해지더라도 말 뜻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어렵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원어민과 비원어민 사이에는 새로운 '공유(共有)' 언어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 것은 내용과 의사 전달 중심으로 정확하면서도 간소화한 언어 표현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부담을 주지 않는 이 '공유 언어'는 서울과 같이 다민족이 모인 국제적 대도시에서 인종적ㆍ 문화적 갈등을 완화하는 데도 이바지하게 된다.

서울은 아직 외국인 인구가 다른 OECD회원국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 원어민과 비원어민이 공유하는 한국어가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사이에 외국인 인구가 다시 3배 이상 늘어나면 '우리말'의 '우리'에는 다양한 비원어민이 포함되게 될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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