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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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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 정치

입력
2009.07.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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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다 보면 이 나라 건강보험이 왜 이 모양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 얼굴 한 번 보는 데 수백 달러가 들고 앰뷸런스 신세라도 지는 날에는 수천달러를 각오해야 한다.

몇 달 전 큰 아이가 이마를 몇 바늘 꿰맨 뒤 날아온 병원비를 처리하느라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한국이라면 몇 만원이면 끝날 일이었는데 이런 저런 명목으로 청구된 금액이 200만원을 넘었다.

여야 모두 찬성 적은 미국 정가

이곳의 한인들도 비슷하다. 아파도 참는 게 대부분이고 조금 준비성 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배달 받은 약으로 대충 해결한다. 수술이라도 해야 하면 항공료를 감수하면서 한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건강보험을 갖지 못하면 병원 한 번 갈 수 없고 그래도 치료 받아야 한다면 상당한 재산 상의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제대로 된 건강보험'을 가지려면 연 1,5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곳이 미국이다.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부 장관이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게 "한국의 건강보험을 배우고 싶다"고 한 것이 빈 말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의료체계를 고치기 위해 제안한 건강보험 개혁입법으로 미국 정가가 시끄럽다. 공화당은 맹렬히 반대하고 민주당도 우왕좌왕이다.

미국 국민 6명 중 1명이 건강보험이 없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이렇게 논란이 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시장과 민간의 효율성을 최고 가치로 치는 미국 자본주의에 정부 주도 공공보험체계를 도입하려 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고 또 하나는 의료개혁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재원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의 제안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한다. 민주당 의원의 상당수는 "경기부양으로 적자가 감당 못할 지경인데 또 다시 엄청난 돈을 들일 수 없다"는 상황론을 편다. 민주당 지도부가 입법 작업을 9월 이후로 미루기로 해, 8월 입법안에 서명하기를 바랐던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오바마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공화당이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초당적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건강보험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단독의 법안 처리를 강행하느냐 아니면 공화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혁을 포기하느냐 양자택일만이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쪽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다.

파행을 각오하면서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목표했던 효과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명분은 명분대로, 실리는 실리대로 놓치는 최악의 결과가 올 수 있다. 이미 건강보험 개혁 문제가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2012년 대선 판도를 결정짓는 '정치적 승부수'로 변질됐다는 말까지 들린다.

잘되면 정치 개혁도 되겠지만

정치와 무관하게 추진한 개혁 작업이 정쟁의 테두리 안으로 얽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개혁은 어느 나라나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을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져왔던 워털루전투에 비유하며 오바마의 실족을 부추기고 있다.

제임스 서버 아메리카대학 교수는 "30년 전에는 공화당 상ㆍ하원 의원의 3분의 1이 중도파였는데 이후 계속 이념적 중도세력이 사라지면서 중요 국정개혁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을 통해 이념적 극단성의 고리를 깨는 정치개혁도 함께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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