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패션의 공동작업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루이비통이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해 큰 성공을 거둔 이래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은 현대미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미술 또한 패션을 통해 대중과 가까이 호흡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요즘 경기도 소재 두 곳의 미술관에서 패션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
안산의 경기도미술관은 매년 미술 인접 분야의 전시를 통해 미술 영역의 확장을 꾀하는 '크로스장르'전을 연다. 지난해 건축에 이어 올해는 패션을 택했고, 그 중에서도 패션계의 이슈로 떠오른 '윤리적 패션'을 주제로 삼았다. 윤리적 패션이란 친환경 소재, 재활용, 공정무역 등을 통해 의생활의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6개국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 건축가, 설치미술가, 사진작가 등 19개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미술과 패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모두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착한 작품'들이다.
프랑스의 아나 파울라 프라이타스는 재활용 알루미늄 캔 뚜껑을 소재로 작업하는 디자이너다. 브라질의 지역공동체 여성들이 엮어낸 캔 뚜껑들은 드레스, 클러치백 등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영국 디자이너 개리 하비는 버려진 신문지로 우아한 오뜨꾸뛰르 드레스를 완성시켰다.
홍콩 작가 모바나 첸은 분쇄기로 날짜 지난 패션잡지를 자른 뒤, 그것을 손뜨개질해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설치미술가 윤정원씨는 인형에 온갖 종류의 재활용 소재로 만든 옷을 입혀 넓은 벽면을 가득 채웠다. 10월 4일까지, 무료. (031)481-7000
■ 패션과 미술의 이유있는 '수다'
미술작가와 패션디자이너 16명의 작품 100점이 나온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의 전시는 보다 직접적으로 패션과 미술의 만남을 보여준다. 대중과의 교감을 원하는 미술, 그리고 예술성을 원하는 패션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내고자 했다는 것이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1부 '같은 곳을 바라보다'는 장르는 달라도 비슷한 이미지를 추구해온 디자이너와 미술가들을 한 데 묶었다. 조각가 박승모씨가 금속선으로 만든 인체 조각은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파리컬렉션 의상을 입고 있고, 한복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그리는 정명조씨의 그림은 선이 고운 이영희씨의 한복과 함께 걸렸다.
숯을 소재로 독특한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박선기씨의 작품은 디자이너 정구호씨의 건축적인 느낌의 의상들과 어우러진다.
2부 '마주보고 대화하다'는 패션 속으로 들어간 미술의 사례들을 보여준다. 리바이스는 현대미술의 슈퍼스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디자인으로 활용해 재킷과 청바지 등을 만들었다.
전시장에는 허스트가 직접 페인팅한 진품 청바지도 나와있다. 악어가죽 가방으로 유명한 콜롬보는 가방 위에 화가 김혜숙씨의 그림을 입혔다. 9월 27일까지, 3,000원. (031)960-018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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