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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고 키우는 의료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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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고 키우는 의료시스템

입력
2009.07.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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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에서 기가 막힌 이야기를 읽었다. 16년 전 병원의 잘못으로 아기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일을 당한 부모와 16세가 된 당사자에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사고예방에 도움 안 되는 배상액

이와 관련한 법원 판결에 대해 세간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당사자들이 실제 자녀와 실제 부모를 찾지 못하도록 한 대목일 것이다. 아기가 바뀐 줄 모르고 여전히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을 다른 가족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알려주어야 하는지는 분명 철학적, 도덕적으로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로서 가장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병원이 피해자들에게 주어야 하는 배상금의 액수가 고작 7,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아기가 바뀐 상대 측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병원은 그 가족에게도 7,000만원을 배상해 주어야 하므로 배상 총액이 1억4,000만원이라도 될 것이다. 그러나 판결내용이 다른 가족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것이었으므로 결국 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병원이 지불해야 하는 배상금 총액은 7,000만원에 불과하다.

배상금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 액수가 클수록 병원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수준의 높은 배상금이 책정되는 것이 옳다. 어림짐작으로 한번 계산을 해 보자.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경우를 10년에 한 건 정도라고 하고 그 때의 배상액 판결이 이번처럼 7,000만원이라고 하자. 이는 병원이 아기가 바뀌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할 때 병원의 부담이 1년에 겨우 700만원 정도라는 이야기다.

과연 이 경우 병원은 신생아실에 추가로 간호사를 고용하여 아기가 바뀌지 않도록 감독할 것인가? 그러나 현실적으로 연간 700만원에 간호사를 추가로 고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병원 경영진은 아기가 바뀔 수도 있음을 인식하더라도 철저한 대책을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기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기가 바뀐 사실이 밝혀진 뒤에 벌금을 내는 편이 더 싸기 때문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를 얻는 것은 쉽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몇몇 연구를 통해 병원 입원자의 1% 정도는 병원의 잘못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매년 7,000명 가량이 병원 실수로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이 보고된 적이 있다. 그런데 미국에선 병원이 실수로 개인에게 피해를 입힌 사실이 밝혀지면 천문학적 금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당연히 병원들은 사고 방지를 막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래도 여전히 이 정도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의 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낮은 의료비와 의료 질 고민할 때

하지만 책임을 병원에만 물을 수는 없다.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 때문에 한국의 산부인과들은 적자가 나는 곳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간신히 운영해나가는 병원에게 사고 방지를 위해 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고 비용을 더 지출하라고 하는 것은 병원문을 닫으라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런 사고를 방지하려면 의료비 지출도 늘 수밖에 없어 우리가 의료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어찌 보면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의료사고가 좀 발생해도 좋으니 싼 값에 치료해 달라고 요구해온 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비 부담을 다소 늘리더라도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은지 모두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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