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로 뉴저지 주정부와 주의회 등 공직사회가 미 역사상 최악의 비리사건에 연루돼 휘청거리고 있다. 시장 3명과 주의회 의원 2명을 포함해 44명이 한꺼번에 체포되는 등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은 뉴저지주 시장과 주의원, 유대교 율법교사(랍비)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 인사 44명을 FBI가 긴급 체포했다고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뉴저지주의 호보켄, 리치필드, 세코커스 등 3개 도시 시장과 주의원 2명, 랍비 5명이 포함돼있다.
이번 수사는 2006년 5월 발생한 시리아계 유대계 공동체의 금융사기 사건에서 비롯됐다. 사건 제보자로 알려진 부동산개발업자 솔로몬 덱이 2,500만달러의 부도수표를 발행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수년 간 조직적으로 자행된 부정부패 고리가 드러났다.
개발업자들은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거액의 뇌물과 선거자금을 제공했고 이스라엘 등 해외에 광범위하게 퍼진 일당과 공모해 수천만 달러의 불법자금을 세탁했다. 시장과 주의회 의원은 개발업자의 부탁을 받고 행정처리를 빨리 해주거나 까다로운 환경 관련 법률조항을 완화해 주는 조건으로 한 번에 수만 달러씩을 받았다. 사과상자로 10만 달러를 챙긴 경우도 있었다.
랍비를 중심으로 한 사업가의 비리는 이것뿐이 아니다. 빈민층으로부터 신장을 1만 달러에 매입해 16배가 넘는 가격에 되파는 등 장기매매에 깊숙이 개입했고 구찌, 프라다 등 유명상표 핸드백을 위조해 판매했다. 주차장 부지 및 식당차를 고가에 매매해 돈을 챙겼고 주식 불법거래에도 개입하는 등 돈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뛰어들었다. 이들의 무법천지 배후에 고위공직자 및 정치인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뉴저지주 검찰은 "이들의 생활에 부정부패가 만연돼 있어 윤리라는 개념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FBI는 "뉴저지주의 핵심가치를 파괴하는 암적 존재로 미 전역에서 최악의 수준"이라며 대대적 수사확대를 예고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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