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18번째 퍼펙트 게임은 주인공인 마크 벌리(30ㆍ시카고 화이트삭스), 백업 외야수 드웨인 와이즈, 그리고 아지 기옌 화이트삭스 감독의 합작품이었다.
24일(한국시간) 시카고의 US셀룰러필드. 탬파베이전에 선발 등판한 10년차 왼손 투수 벌리는 8회까지 상대 출루를 완벽하게 봉쇄하며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대기록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 현지 중계팀은 시청자들을 향해 "지금 당장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라. 벌리가 새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흥분했다.
중계팀은 물론 화이트삭스 홈구장이 일순간 정적에 빠져든 건 바로 다음 회.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탬파베이 게이브 캐플러가 6구 실랑이 끝에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좌중간으로 뻗어나간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길 기세. 퍼펙트 게임도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온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정적을 깨뜨렸다. 환호를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은 중견수 드웨인 와이즈. 기옌 감독이 9회 공수 교대 때 교체 투입한 와이즈는 전력질주 후 사력을 다해 점프, 넘어가는 타구를 걷어냈다. 펜스 충돌 후 중심을 잃으면서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어렵게 잡아낸 공만은 왼손으로 끝까지 지켜냈다. 기옌 감독의 용병술이 귀신같이 들어맞은 셈.
동료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벌리는 남은 두 타자를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처리, 마침내 길이 남을 대기록을 남겼다. 벌리의 퍼펙트 게임은 2004년 랜디 존슨 이후 5년 만의 기록이다.
5-0 화이트삭스의 승리. 개인통산 8번째 완봉승을 퍼펙트(9이닝 6탈삼진 무실점)로 장식한 벌리(올시즌 11승3패)는 경기 직후 "시간이 좀 지나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와이즈가 홈런공을 훔쳐낸 게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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