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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쥐떼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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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쥐떼 '괴담'

입력
2009.07.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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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포유류 가운데 인간 다음으로 많고 전체의 30%를 넘는다. 인간 생활과 가장 밀접해 12지(支) 열두 동물 가운데 첫 번째로 선정됐다. 그래도 쥐는 쥐여서 징그럽고 꺼림칙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세계 최고ㆍ최강국 미국이 '쥐들의 공격'으로 발칵 뒤집혔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생후 6주일 된 아기의 발가락이 쥐(로 추정되는 동물)에 물려 없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일주일 전 다른 주(州)에선 침대에서 잠자던 3개월 된 아기가 100여 곳이 물어뜯긴 채 숨졌다. '테러'라는 단어조차 꺼리는 언론들도 '쥐 떼의 연쇄 아기 테러'라고 법석이다.

▦지난 5월 서울 한복판 종로3가에서 '쥐 잡기 운동'이 있었다. 서울에서 공식적인 박멸작전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었다. 지난해 가을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에서 똑 같은 작전이 있었다. 종로나 광안리의 경우 음식물쓰레기로 번식력이 높은 쥐들이 일시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라 한다. 어릴 적 여름방학 필수과제가 파리 몇 통(성냥갑)과 함께 쥐 몇 마리씩 잡아 꼬리를 잘라오라는 것이었는데, 전국적 '쥐 잡기 운동'은 '새마을운동'의 일환이었다.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당시엔 그 놈들이 먹어 치우는 곡식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도처에서 '테러'에 버금가는 횡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광장에 갑자기 500여 마리가 나타나 행인들을 공격했다. 앞서 인근 한 아동병원에서 여아 2명이 손과 얼굴을 물어뜯긴 적이 있었다. 중국에선 지난달 홍수 직후 서식처를 잃은 놈들이 마을로 밀어닥쳤는데, 주민들이 잡아 없앤 것만 220여만 마리 90톤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이란의 한 마을이 극성을 부리는 놈들에게 대대손손 살았던 터전을 내주고 수십㎞ 떨어진 곳으로 집단이주를 하자, "인간이 쥐와의 생존경쟁에서 패배한 첫 사례"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이 최근 사태에 대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보호자의 책임으로 관심을 돌리고, 중국은 홍수로 인한 자연재해 정도로 여기고 있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 의 배경인 독일 하멜른시(市)가 지난해 11월 비슷한 상황으로 '쥐 떼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이후 유럽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쥐를 몰고 다니는 남자가 주민들이 배신하자 아이들을 모두 몰고 사라졌다는 동화의 내용도 새로 회자되고 있다. 자신들의 행동이 부메랑이 됐다는 반성은 물론이다. 쥐는 개체 수에서 인간과 유일하게 생존경쟁을 할 수 있다니 '괴담'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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