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쌍화점'으로 이름을 높인 배우 주진모가 안방으로 되돌아온다. 선 굵은 얼굴에 말끔한 외모가 돋보이는 그의 3년 만의 복귀작은 이종격투기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를 다룬 SBS 월화드라마 '드림'. 27일 밤 9시55분 첫 전파를 탄다.
주진모는 피도 눈물도 없이 오직 성공만을 향해 질주하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스포츠 에이전트 남제일 역할로 분했다. 삶의 어둠 속에 빠진 그는 소매치기 출신으로 이종격투기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이장석(김범)에게서 빛을 찾는다. 제일은 태보 강사 박소연(손담비)을 놓고 장석과 사랑 다툼을 벌이면서 화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오랜만의 드라마 연기를 주진모는 "전쟁 수준"이라고 했다. "워낙 신인급 연기자가 많이 출연해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가요 '미쳤어'와 '토요일 밤에'로 인기를 모은 손담비도 생애 첫 연기 도전이니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김아중('미녀는 괴로워')과 박시연('사랑') 등 그의 상대역을 맡은 여배우들은 그와 연기하는 족족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저 덕분에 여배우들이 성공했다면 전혀 나쁜 일이 아니잖아요. 억울하단 생각은 전혀 안해요. 상대 배우를 도와야 저도 연기를 잘할 수 있잖아요. 제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 배우가 잘돼야 하죠."
주진모는 "웬만한 선수들의 이름과 그들의 전적은 다 꿰고 있을 정도로 이종격투기 마니아"라며 '드림'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TV에서만 본 유명 선수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기분도 좋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서로들 신기해 한 거죠. 선수들과 밤을 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있어요. 조그만 지나면 금세 형 동생 할 듯합니다."
'드림'은 6개월 뒤 일본 지상파 방송인 TBS에서도 방영된다. 주진모로선 일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 그는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높은 시청률과 일본 인지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빡빡한 일정에 맞춰 아무 생각 없이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스포츠 에이전트면 그의 예전 여러 배역처럼 말쑥한 이미지가 강한 역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손을 내저었다. "잘 나가다 추락하는 역할이니 말쑥한 모습은 오히려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정형화된 인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제일은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인물입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간적인 변모를 보여줄 작정입니다."
그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까이 오려 하지 않는다"며 "'드림'에서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편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드림'은 인간적인 진솔함이 들어있어요.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에선 눈물이 나오는 것과 같다 할까요. 시청자들에게 친구가 되고 싶고, 연인이 되고 싶고, 오빠가 되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드라마입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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