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장편소설 <승자는 혼자다> 는 고급 철제 케이스로 포장돼 독자들을 만납니다. 책 포장이라기보다는 예전 중ㆍ고교 시절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몰래 '까 먹곤' 했던 도시락을 연상시키는 케이스입니다. 출판사측은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한 독자들을 위해 한정판으로 5,500개 정도를 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철제 케이스로 책을 포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승자는>
2007년 11월에 선보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은 '블랙라벨'이라는 한정판을 찍어 2만5,000부 가량을 철제 케이스에 담아 판매했습니다. 지난해 5월 선보인 '펭귄 클래식'은 1만5,000원 이상 구매한 독자에게 텀블러(음료 잔 받침대)를 선물로 주기도 했습니다. 권당 9,000원이니 자연스럽게 2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속셈이지요. 파피용>
CD를 부록으로 끼워주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래를 소재로 한 소설가 한강씨의 에세이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에는 한씨가 직접 부른 노래 CD, 박민규씨의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에는 박씨의 친구들이 소설을 위해 녹음한 4곡의 연주곡을 담은 CD가 부록입니다. 죽은> 가만가만>
"철제 케이스나 CD의 단가는 1,000원 안팎으로, 홍보 차원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책 판매가에는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출판사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책값에 추가부담이 안 된다 해도 마음이 썩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출판사들이 책이라는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기보다는, '미끼상품' '끼워팔기' 같은 독배(毒杯)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1월 도서정가제가 강화돼 신간에 구간도서를 끼워파는 일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처럼 '소품'을 이용한 마케팅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 출판계의 분석입니다. 휴대폰 고리, 휴대폰 클리너, 티셔츠 등을 증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독자 서비스도, 홍보도 좋습니다. 다만 본말이 전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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