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그물망이 헐거웠던 것일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으면서도 기소되지 않은 정치인들이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관련 진술을 확보해 놓고도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선 무혐의 종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수사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한국식당 K회관 주인 곽모씨는 23일 민주당 서갑원 의원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회장의 돈 45만달러를 관리하면서 이광재ㆍ서갑원 의원 등 10여명의 인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의 최측근인 정승영 전 정산개발 대표도 한나라당 박진 의원 공판에서 "1인당 500만~2,000만원씩 모두 10여명의 여야 정치인에게 총 1억8,000여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검찰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진술했지만 기소되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앞서 20일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 공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가 박 전 회장측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한 현역 의원은 박진ㆍ김정권(한나라당), 이광재ㆍ서갑원ㆍ최철국(민주당) 등 5명뿐이다. 김원기ㆍ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포함해도 10명이 안 된다. '박연차 리스트'의 정치인들 가운데 검찰이 선별적으로 사법처리를 했음을 뜻한다. 실제 박진 의원의 변호인은 "기소대상자를 정한 기준이 무엇이냐. 10여명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진술이 있어도 증거로 뒷받침돼 범죄혐의 입증이 안 된다면 기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기소되지 않은 정치인들은 범죄 혐의가 없어서 '클리어'(무혐의 처리) 했던 경우"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수사결과 발표 당시 유일하게 '미제'로 남겨놓았던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뉴욕 K회관에서 자금의 전달을 중개했던 인물의 소재 파악이 안 돼 별다른 진척은 없으나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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