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전쟁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이 매우 불편해 본능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중국 출신으로 20년간 일본에서 살고 있는 리잉(李纓) 감독은 반전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국내 개봉 8월 6일)의 연출을 숙명이라고 말했다.
'야스쿠니'는 일본 제국주의의 망령이 깃든 야스쿠니 신사에 렌즈를 대고 123분간 일본의 어둠을 헤집는다. 신사 경내에서 '야스쿠니도'를 만드는 일본 최고의 현역 칼 장인의 모습을 통해 일본인의 군국주의에 대한 무의식적 향수를 조명한다. 아울러 대만인의 야스쿠니 합사 반대 운동을 펼치는 대만 배우 가오친쑤메이(高金素梅) 등을 통해 군국주의가 남긴 상처를 살핀다. 10년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 부산영화제 등을 찾았고, 지난해 홍콩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연출 과정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제작비 조달을 위해 공동제작자를 찾아나섰으나 손사래 치기 일쑤였다. "아무도 찍어보지 않은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크랭크인 이후에도 난관은 이어졌다. 우익 단체는 촬영 장비를 빼앗으며 방해했고, 진보적 인사들은 영화 상영 뒤 있을 위협이 두려워 카메라 앞에 서길 망설였다.
극장 상영도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이뤄졌다. 극장 입구는 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했고,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경찰이 스크린 좌우로 도열했다. 리잉 감독은 막상 개봉일에 극장에도 가지 못했다. 우익 단체의 테러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옆에 있어주지 못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산통은 극심했지만 성과는 컸다. 일본 60여개 극장에서 상영돼 13만명이 관람했다. 리잉 감독은 "일본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10만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야스쿠니' 상영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월 5일 야스쿠니 신사의 한 후원단체 이사장이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그를 고소했다. 그가 일본에 온 지 정확히 만 20주년이 된 날이었다. 협박전화도 몇 차례 받았고, 재판 과정에서 그를 지지한 일본감독협회 회장인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도 위협을 받았다. "반일 감정 확산을 우려해서 그런지" 모국 중국에서의 상영 허가도 아직 받지 못했다.
"'야스쿠니'는 반일 영화라기보다는 반전 영화입니다. 야스쿠니는 전쟁의 신성함을 부추기는 곳입니다. 그러나 신성한 전쟁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는 그 신성성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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