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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기 암 환자와 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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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기 암 환자와 심폐소생술

입력
2009.07.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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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존엄사 논의와 관련해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심폐 소생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말기 암 환자에게 심폐 소생술을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는지, 혹은 효과가 없으니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안 선다는 것이다.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심폐 소생술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권유 받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가족도 있다. 충분히 여러 의견을 검토하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는 가족도 있으나, 왜 의료진은 효과가 없다고 하면서 결정은 가족이 내려야 하는 지 이해가 안가고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심폐 소생술은 급성 심근 경색이나 기도가 막히는 등 긴급 상황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매우 중요한 구급법이다. 그러나 암이나 치매 등 만성 질환이 악화하는 경우에는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없다. 어떤 의학 교과서에서도 말기 암 환자의 임종 시에 심폐 소생술을 치료방법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대신 말기 암환자에게는 충분한 진통제를 처방하여 통증이 없고 편안하게 하고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마지막 순간을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따라서 말기 암 환자에게 심폐 소생술은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치료 방법으로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심폐 소생술이 마지막 순간에 최후의 치료법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이 이를 요구할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일부 의사들은 의학적으로는 필요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을 지라도 환자와 가족의 의견을 존중하여 심폐 소생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환자와 가족의 요구라고 해도,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치료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환자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일부 의사들은 환자에게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에도 심폐 소생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존엄사 논의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언제 합의가 이루어 질지 알 수 없다. 말기 암 환자의 심폐 소생술을 비롯한 임종 치료의 방침도 의료인마다 다르다. 현실적으로는 말기 암 환자나 가족이 심폐 소생술에 대하여 최소한의 지식을 갖고 이에 대한 의견을 담당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것도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심폐 소생술이 암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신체에 상당한 손상이 불가피한 심폐 소생술은 환자의 편안하고 존엄한 마지막 삶의 순간을 극심한 고통과 불안으로 가득한 채 맞이해야 하며, 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도 상상 이상으로 크고 오래 지속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의료진이 말기 암 환자에게 심폐 소생술을 포기 할 것을 권한다면 환자와 가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받아들이기 바란다.

말기 암 환자에게 심폐 소생술을 하지 않는 것은 환자를 포기하거나 생명을 연장 시키는 방법을 포기하는 것이 전혀 아니며, 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도 아니다. 오히려 암으로 오랫동안 투병한 환자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고 존엄하게 지켜주기 위한 중요하고 용기 있는 결정이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은 소중한 권리이다. 이것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질병 상태와 치료법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과 이해가 우선 되어야 한다. 자신이 판단을 하기 어렵다면 의료진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의학은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치료와 이로 인한 고통을 피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기능이다.

신상원 고려대학교 안암 병원 종양혈액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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