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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시집 '침대를 타고 달렸어'/ 아픔 달래는 영혼의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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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시집 '침대를 타고 달렸어'/ 아픔 달래는 영혼의 자장가

입력
2009.07.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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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허무감과 불안감을 도발적 시어로 그렸던 시집 <세기말 블루스> (1996)의 신현림(48) 시인. 그의 네번째 시집 <침대를 타고 달렸어> (민음사 발행)는 침대 위에 걸터앉은 시인이 들려주는 사랑노래다.

침대란 어떤 공간인가. 일상인들이 휴식을 위해 피로한 육체를 뉘는 공간이며, 연인과 간절한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며, 잠투정하는 자녀를 얼러주려 자장가를 불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에게 그곳은 지난 겨울 어머니를 떠나보낸 공간이다. 어머니의 유언은 화인(火印)처럼 시인의 심장에 아로새겨졌다.

'누구든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사랑을 누려라/ 일만 하지 말고, 열애의 심장을 가져라/ 누구나 마음속엔 심리 치료사가 있단다/ 심리 치료사가 바로 사랑이다/ 많은 것을 낫게 하고 견디게 하고/ 흩날리고 사라지는 삶을 위로하고 치료한다.// 딸아 너도 사랑을 누려라.'('엄마의 유언, 너도 사랑을 누려라'에서).

어머니의 유언처럼 신씨는 영혼의 허기를 사랑으로 채우려 하는 것 같다. 그는 시를 쓰는 행위를 '살얼음판 세상에 사랑 하나 심고 침대 위에 사과꽃 무성히 피워내는 일'('시를 쓰는 밤'에서)이라고 한다. 하조대 바닷가를 거닐면서는 '바지 지퍼를 내리는 소리처럼/ 섹시한 파도 소리가 그리워// 파도 소리에서 나는 너를 느낀다'며 관능적 그리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처럼 새 시집에는 오랫동안 그에게 들러붙어 있던 우울과 비관의 정조가 사라지고 희망의 위로의 언어들이 자리잡고 있다. 문학평론가 조연정씨는 해설에서 "그녀의 시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신랄한 통찰이기보다는 오히려 따듯한 긍정의 자세"라고 썼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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