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일까. 머릿속에 떠올린 나이아가라는 왠지 식상했다. 그 규모가 얼마나 장대한지 모르겠지만 새롭지 않다는 생각에 발걸음도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친 나이애가라는 달랐다. 그 웅장함에 귀가 얼얼했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빅토리아, 이과수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북미의 오대호 중 이리호와 온타리오호를 연결시키는 물줄기가 나이아가라 강이다. 이 강의 중간쯤에 52m 높이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 나이아가라가 있다. 엄청나게 큰 호수와 호수를 잇는 물길이다 보니 강의 수량이 풍부하다. 나이아가라 강은 미국과 캐나다의 경계이기도 하다. 폭포 바로 직전 염소를 닮았다는 ‘고트섬’이 물줄기를 가른다. 미국 땅 옆으로 ‘아메리칸 폭포’와 ‘브라이덜 베일 폭포’ 2개가 떨어지고 캐나다 땅 옆으로 말발굽 모양의 ‘호스 쇼어 폭포’가 떨어진다. 이 3개의 폭포를 합쳐 나이아가라 폭포라 한다.
천둥 소리와 하얀 물안개가 뿜어 나오는 나이아가라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폭포 바로 앞까지 들어가보는 보트 투어다. 폭포를 신성시했던 원주민들이 폭포에 예쁜 처녀를 바쳤던 의식에서 이름름 딴 ‘안개 속의 숙녀(Maid of the mist)’호가 나이아가라 뱃길을 책임진다. 배는 직선 모양의 아메리칸 폭포를 스쳐 나이아가라의 하이라이트인 호스 쇼어 폭포의 한복판으로 전진한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뿜어내는 물안개가 보트 위로 흠뻑 적셔온다. 거센 물보라에 눈을 제대로 뜨진 못하지만 폭포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배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선다. 동그랗게 감싼 폭포수 한가운데 갇힌 형국이다. 전진하려는 배와 밀어내는 거센 물살의 힘 겨루기에 배는 정지 상태로 한참을 머문다. 비옷을 입고 물줄기를 맞고 선 관광객들이 깊은 기억을 새기는 시간이다.
다음은 터널로 찾아가는 나이아가라 폭포다. 호스 쇼어 폭포 옆 테이블록 센터에선 폭포 뒤쪽의 터널로 들어가는 통로가 연결돼 있다. 사정없이 떨어지는 폭포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코스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나이아가라는 또 다른 느낌이다. 236m의 스카이론 타워에서 내려다 보면 나이아가라 강 전체의 물줄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6,7분 가량 하늘로 떠오르는 헬기 투어도 폭포를 감상하는 색다른 방법이다.
나이아가라는 단순히 폭포만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란 작은 도시가 있다. 영국계 캐나다인들이 뭉쳐 만든 온타리오주의 첫 주도였던 곳이다.
거리는 빅토리아풍의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큰 길 사거리에 있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 호텔은 영국식 애프터눈 티가 유명하다. 이 마을 옆에서 나이아가라 강이 끝나고 바다처럼 드넓은 온타리오호가 펼쳐진다. 호숫가 잔디밭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캐나다인들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 없다. 캐나다식 여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이다.
나이아가라 지역은 캐나다의 유명한 아이스와인 생산지이기도 하다. 한겨울이 되도록 가지에 남아 눈과 찬바람을 맞은 포도로 만드는 달콤한 와인이다. 세계적 명성의 ‘이니스클린’을 비롯해 수십 개의 와이너리가 모여 있다. 각 와이너리에선 무료 시음도 가능하다.
나이아가라=글ㆍ사진 이성원기자
■ 리도 운하의 요트행렬 또다른 장관
퀘벡이 프랑스식 캐나다라면 온타리오는 전형적인 영국식 캐나다다. 캐나다가 독립하기 전 영국 식민지 자치정부의 첫 수도(1841~1844)는 온타리오호 옆의 킹스턴이었다. 정부는 미국과 치열한 전쟁을 치른 이후 수도를 국경에서 좀더 떨어진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퀘벡과 온타리오의 접점에 있는 오타와가 그 대안이 됐다.
오타와가 수도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킹스턴과 오타와를 잇는 리도운하 때문이다. 미국과의 전쟁 직후 안전한 군수물자 수송로 확보가 절실해 파기 시작한 운하다. 1826년부터 6년간의 대공사로 완성된 운하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2km의 운하에는 물 높이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40여 곳에 갑문을 설치했다. 오타와에 있는 리도운하에도 8개의 층층의 갑문이 설치돼 있다. 조성 당시 그대로, 지금도 사람의 손으로 육중한 갑문을 열고 닫는다.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든 운하지만 지금은 휴양을 즐기는 요트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리도운하 갑문엔 언제나 줄지어 기다리는 요트들을 볼 수 있다. 갑문 하나가 물을 빼고 채우는 과정이 15분씩이니 8개 갑문을 모두 통과하는 데 2시간이나 걸리지만 요트를 타고 기다리는 그들은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6년간의 대공사를 진두지휘했던 이는 바이 대령이다. 큰 업적을 이뤘지만 예산을 초과 사용했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에 회부되는 등 곡절을 겪어야 했다. 오타와엔 그의 이름을 딴 바이워드 마켓이 있다. 120여개 식당이 몰려 있고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파는 노점이 즐비한 거리다. 원래는 운하 공사장에서 고된 노동을 끝낸 인부들이 몰려들어 밤새 술로 피로를 풀던 곳이다. 술과 폭력이 판을 쳤던 곳이지만 지금은 아주 깨끗한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바이워드 마켓 안에서 놓치면 후회할 먹거리는 비버테일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먹어 유명세를 타기도 한 오타와의 명물이다. 비버의 꼬리 모양으로 둥글고 얇게 생긴 패스트리로 시나몬이나 초콜릿 등을 다양하게 얹어 먹을 수 있다.
연방의사당은 오타와의 중심 건물이다. 시내에는 의사당의 시계탑보다 더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밤이 되면 의사당은 화려한 조명을 받아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킹스턴은 인구 6만의 작은 도시지만 오랜 역사의 흔적을 담고 있다. 오타와의 리도운하처럼 킹스턴의 헨리 요새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1800년대 주둔병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다.
킹스턴은 또 사우전드 아일랜드로의 여행 출발지다. 온타리오호에서 시작된 세인트 로렌스 강 초입엔 1,860여개의 아름다운 섬이 떠 있다. 일명 ‘사운전드 아일랜드’다. 섬의 절반은 미국, 나머지는 캐나다가 소유하고 있다. 크고 작은 섬들엔 아름다운 집들이 들어서 있다. 섬을 소유한 부자들이 제각각 멋을 부려 지은 별장들이다. 섬 하나에 집 한 채. 꿈의 집들이다. 사우전드 아일랜드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백만장자 호텔 경영인 볼트가 아내를 위해 성을 세웠던 하트 섬이다. 성을 짓던 중 아내가 사망하자 볼트는 공사를 중단했고, 70여년 흘러 다른 회사가 섬을 사들여 성을 완성했다고 한다.
오타와ㆍ킹스턴=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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