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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아는 관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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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아는 관리들

입력
2009.07.2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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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달리,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관료사회의 고질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예산 10% 절감' 약속이 무색할 지경이다. 일단 많이 타내고, 남으면 다른 데 전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여전하고 중복ㆍ과잉투자 등의 구시대적 행태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경기침체와 감세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나라 곳간이 낭비성 지출로 더욱 비는 꼴이다. 정부가 보다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 잣대를 갖추지 않으면 정책 신뢰는 먼 나라 얘기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사전 사업계획 미비와 부처간 협의 지연 등으로 75개 사업의 예산 3조2,000억원 중 62%만 집행됐다. 건축물의 에너지절감 인증등급 수요 증가를 이유로 추경예산에 200억원을 증액했으나 실제 인증 건수는 2007년보다 오히려 줄었고, 지원액도 6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감소했다. 추경에 2,350억원이 추가 반영된 연근해 어업 구조조정사업(어선 감축) 예산도 대부분 그대로 남았다.

인천공항철도는 수요예측 잘못으로 국고를 탕진한 대표적 사례다. 개통 후 2년간 정부가 민간 컨소시엄에 수익보전금으로 준 돈만 2,695억원이고 30년 운영기간 전체로는 14조원을 예산에서 부담할 판이다. 군수통합정보체계사업은 각 군과 국방부가 공동 개발키로 했던 당초 방침과 달리 분리 추진하는 바람에 총사업비 313억원의 64%인 200억원을 낭비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자산운용지침을 어기고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에 투자했다가 7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정부는 2조5,568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밝혔지만 절감 대상 예산 138조원의 2%도 못 된다. 그나마 실적을 부풀린 사례도 적지 않다. 예산정책처가 본류를 외면한 채 곁가지만 건드린다고 불평하겠지만, 나랏돈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하고 엄격한 재정규율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예산을 다루는 관료들은 나라 살림의 마지막 지킴이라는 사명감을 더욱 벼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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