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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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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길 위에서

입력
2009.07.2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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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란. 이상하게도 그날 중앙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별로 없었다. 안동을 알리는 이정표 아래를 쏜살같이 지났다. 남편이 엉덩이를 한번 들썩했다. 고향을 가진 이가 부러운 순간이다. 땅 끝도 아닌데 한번 다녀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고속도로는 늘 정체였고 아이는 칭얼거렸다. 왜 KTX도 없는 걸까, 불만스럽기도 했다. KTX는 멀게만 느껴지던 대구를 근교처럼 바싹 당겨주었다.

반면 KTX와 연결되지 않은 소도시들은 좀더 먼 곳으로 물러났다. 사실 예전의 안동은 지금보다 훨씬 더 먼 곳이었다. 국도를 타고 가다 문경새재를 넘었다. 이차선 좁은 산길은 마음과는 달리 자꾸만 속도를 늦추었을 것이다. 그때 비하면 세상 좋아진 거라지만 그래도 내게 안동은 늘 먼 곳이다. 결코 며느리와 시댁 간의 감정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띄엄띄엄 운항되던 비행기도 아예 없어졌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새마을호 운행도 정지되었다. 자동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고속도로처럼 예측불가능한 곳도 없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 찾는 이들이 없다는 이유로 기차 편수가 더 줄거나 없어지면 어쩌나. 어떤 오지들은 문명의 발달로 세상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어떤 오지는 문명의 발달 때문에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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