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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다국적사에 첫 수출한 비법은/ 개량신약 '처방' 세계시장 '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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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다국적사에 첫 수출한 비법은/ 개량신약 '처방' 세계시장 '특효'

입력
2009.07.2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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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다국적 제약사 머크사는 22일 한미약품과 고혈압 치료 복합 개량신약 '아모잘탄'에 대한 판권 계약을 했다. 머크사는 앞으로 10년 동안 아시아 태평양 6개 나라에서 아모잘탄을 판매한다. 빠르면 2011년부터 현지에서 발매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소 5억 달러 이상 매출이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의 약을 들여 와 대신 파는 현실에서 다국적 제약사가 토종 제약사의 제품을 대신 파는 경우는 처음이다.

#2. 삼성전자는 이틀 전인 20일 자체 개발한 공기제균기 '바이러스 닥터'의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병ㆍ의원을 대상으로 본격 판매에 나서기로 하면서 그 판매ㆍ영업을 한미약품에 100% 맡긴다고 밝혔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처방의약품 부문에서 1위를 달리는 한미약품의 영업 능력과 영업망을 높이 샀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한미약품하면 일반인들은 딱 떠오르는 약품이 없다. 박카스 쌍화탕 활명수 펜잘 같은 스테디셀러형 '대중약'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선 요즘 한미약품 돌풍이 워낙 거세다. 삼성전자, 미국 머크사 등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잇따라 러브 콜을 받으며 '귀한 몸'이 된 것이다.

인기비결에 대해 이 회사 임종철 상무는 "10년 '한미웨이(Hanmi way)'의 결실"이라고 했다. 10여 년 전부터 연구개발(R&D)과 영업망 구축 등에서 어느 누구도 엄두내지 못했던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 온 결과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

한미약품은 일찍부터 '개량신약'개발에 힘을 쏟았다. 개량신약은 기존 신약의 일부 성분을 개선해 새롭게 만든 약인데, 한미약품은 열악한 신약 개발 환경을 고려할 때 완전히 새로운 약을 만들기보다 그 중간 단계로서 개량신약 공략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이번에 미국 머크사에 판권을 넘긴 개량신약 '아모잘탄'도 이 전략에 의해 탄생했다.

요즘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복합제 개발이 대세. 지금까지 제약사들은 각각 다른 성분으로 약을 따로 만들었고 환자는 여러 성분의 약을 함께 복용했는데, 최근엔 여러 성분을 혼합해 하나의 약으로 만드는 연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미약품은 훨씬 앞선 5년 전부터 복합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고 기존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과 '오잘탄'을 가지고 성분 합성을 시도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올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품목 허가 최종 승인을 받고 지난달부터 시판 중이다. 노바티스의 엑스포지에 이어 복합 고혈압 치료제로는 세계에서 2번째이다.

한미약품의 또 다른 개량신약인 비만치료제 '슬리머'는 2007년 7월 발매 시작 후 351억원 누적 매출 실적, 누적 복용인원 70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미국계 애보트사의 '리덕틸'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빠르면 올해 말 호주 등 6개 나라에서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미약품의 탁월한 영업 능력도 또 다른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10년 전부터 기존 대리점, 지점 위주로 이뤄지던 '오프라인'식 영업 방식을 버리고 '영업자동화(SFA)'시스템을 도입했다. 영업 직원들이 사무실이 아닌 개인용휴대용단말기(PDA)를 이용해 현장에서 직접 주문 받고 결제할 수 있게 하고 상부 지시도 현장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회사 관계자는 "다른 회사보다 병원, 약국 등 현장에 더 일찍 나가고 더 늦게까지 영업을 할 수 있다"라며 "고객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기에 부족한 부분도 금방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 직원(현재 1,000여 명)을 팀 제로 운영하면서 '바닥 훑기'식 영업을 펼친 것도 큰 효과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또 현장 위주 영업으로 직원들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다달이 전국의 영업 직원들이 한 곳에 모여 2박3일 동안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제품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CSD 등 각종 시장 분석 기관의 평가에서 영업 사원 방문율에서 꾸준히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으로 1997년 국내 제약 업계 10위(매출액 기준)에 머물렀던 한미약품은 2006년 2위까지 수직 상승했고 현재도 2위 권을 다투고 있다. 임 상무는 "쉽고 무난한 길을 마다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착실히 준비한 덕택"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개량신약 '에소메졸(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등 유럽, 미국 선진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12년부터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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