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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3인이 말하는 르누아르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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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3인이 말하는 르누아르展

입력
2009.07.2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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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한 그림의 세계로 안내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행복을 그린 화가_르누아르'전의 도슨트 문혜정(32) 조은영(25) 장민지(22)씨다. 르누아르의 그림 속 여인들처럼 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관객들이 저를 보고 '시골무도회'의 통통한 알린느 닮았대요."(조은영) "저는 말랐다고 보니에르 부인과 비슷하다던데요."(문혜정) "저는 앙리오 부인이요."(장민지)

장씨의 말에 문씨와 조씨가 "뭐?" 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앙리오 부인은 당시 파리 연극계 최고 스타로, 르누아르가 "하늘에서 온 천사"라 표현했을 만큼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 대해 "그림이 모두 밝고 아름다워 설명하는 이도, 설명을 듣는 이도 행복한 전시"라고 입을 모았다. "전시 해설 내내 웃음이 많이 터져요. 고흐전 때는 심각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아 분위기가 무거웠는데, 손님들이 다들 행복하게 웃고 돌아가세요."(조은영)

"다른 전시 때는 '왜 이 그림은 없어요'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이 꼭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번 전시엔 그런 투정이 없어요. '그네' '시골 무도회' 등 교과서에 실린 유명한 걸작들이 많이 왔으니까요."(문혜정)

관객들은 어떤 그림을 가장 좋아할까. 이들은 "아저씨들은 누드 작품이 모여있는 3층 전시장을 가장 좋아한다"며 깔깔댔다. 특히 '바위에 앉은 욕녀'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여성 관객들은 색채감이 아름다운 '바느질하는 마리 테레즈 뒤랑 뤼엘'과 '피아노 치는 소녀들' 앞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문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저 르누아르 그림은 예쁘고 아름답다는 표면적인 인상만 가지고 쉽게 전시장을 떠나는 관객을 볼 때다. 조은영씨는 "르누아르는 가난하고 병들고 괴로운 삶을 살았지만 오로지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면서 "우리가 그의 그림을 보고 100% 순수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화가의 평생에 걸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민지씨도 "르누아르는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했던 게 아니라 비극적인 세상 속에서도 '그림은 행복한 것이어야 한다'는 일관된 철학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이를 어떻게 그림으로 승화시켰는지 생각하며 찬찬히 감상한다면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시 설명을 들으려는 관람객이 워낙 많아 설명을 한 번 마칠 때마다 이들은 녹초가 된다. 게다가 르누아르전은 지난 18일부터 매주 토요일에는 밤 12시까지 연장 관람을 실시하고 있어 일하는 시간이 더 길다.

하지만 토요일 밤 10시의 해설을 맡고 있는 장민지씨는 "매번 르누아르의 그림을 볼 때마다 그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전시는 또 없을테니까요. 전 세계 40여곳의 미술관에 흩어진 르누아르의 그림을 어떻게 한 자리에서 보겠어요. 게다가 개인 소장작은 영원히 다시 못 볼지도 모르거든요."

문혜정씨는 쉬는 시간 틈틈이 혼자서 전시장을 둘러본다. 설명할 때는 등을 돌린 채 관객과 대화를 나눠야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림을 못보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서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같은 '시골무도회'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면서 "도슨트의 설명을 한번 듣는 것으로 관람을 끝내지 말고 긴 시간을 두고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느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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