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을 더 이상 어지럽히지 말라."
이란 대선 부정 의혹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는 강경진압으로 상당부분 잦아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은 듯 하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작심한 듯 야권 정치인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하메네이는 20일 국영TV 연설을 통해 "우리 사회를 불안에 빠뜨리려는 사람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국민의 미움을 받게 될 것"이라며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지도자들은 언급하지 말아야 할 것과 언급해야 할 것을 신중하게 가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개혁파 지도자들을 공개 경고했다.
이번 연설은 이란 사회가 양분돼 '내부붕괴 위험'에 처해있다는 강경파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실제 하메네이의 지시를 받는 이란 최정예 엘리트 군사 조직 혁명수비대가 정국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하메네이가 혁명수비대까지 동원할 정도로 개혁파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육해공군 및 정보분과 등에 12만5,000명의 병력이 포진해 있는 혁명수비대는 반정부 시위대 진압에 앞장선 바시지 민병대를 거느리고 있다. 대선 전에는 야당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선거운동을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벨벳 혁명'에 비유하면서 "혁명을 기도하면 싹을 자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었다.
현재 무사비를 지지하는 야권 고위 인사들이 여전히 이번 대선은 부정 선거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반정부 시위대가 재결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19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재선의 적법성을 묻는 국민투표를 요구했고, 중도 보수 성향의 최고위 성직자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지난 주 금요예배에서 공개토론 개최를 제안했다.
한때 호메이니의 적자로 불리며 하메네이와 경쟁을 벌일 만큼 국민의 신망을 받는 라프산자니의 발언에 힘 입어 반정부 시위대는 테헤란 시내 도처에서 '자유', '쿠데타 정권 퇴진'등을 연호하며 경찰과 맞섰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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