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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원더걸스 미국 성공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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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원더걸스 미국 성공담

입력
2009.07.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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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웬디 윌리엄스가 '아시아의 센세이션, 원더걸스!'라고 소개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진다. 1940~50 년대 복고풍 드레스를 입은 5명의 동양 소녀들이 등장해 '노바디'를 외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보던 대로 소녀들은 귀엽다. 노래가 끝나자 진행자는 '굉장하다'(fabulous)를 연발한다. 방청객들도 모두 기립박수로 이들의 무대를 축하한다. 진행자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 인사말을 배우고, 멤버 각자는 '하이, 아이 엠…' 식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짧게 소개한다. 그리고 이들이 물러나고 본격 토크 쇼가 시작된다.

과장된 '해외 진출' 홍보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이 화제다. <웬디 윌리엄스 쇼> 라는 미국 공중파 TV의 토크 쇼에 출연했다. '방청객 기립박수' ' 진행자, 감탄' '미 전역에 일제히 생방송'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넘친다. 이들이 출연한 방송은 분명히 미국에 있는 방송인데 출연에 대한 기사는 미국보다 한국에 넘친다. 토크 쇼 방청객의 관행적인 기립 박수도 엄청난 반응으로 둔갑하고, '굉장하다'는 형용사가 칭찬하는 데 익숙한 미국 진행자들에게서 얼마나 자주 나오는 말인지는 무시된다.

토크 쇼에 출연했다고 해서 진행자와 유창한 영어로 미국 생활의 어려움이나 한국과 미국 음악의 차이를 논한 것은 아니다. 본격 토크 쇼의 맛 뵈기(Teaser)에 출연해 이국적인 노래를 한 곡 부른 것이다. 진행자가 '아시아의 센세이션'이라고 이들을 소개할 때 이 쇼가 원더걸스에게 원하는 건 분명하다. 무언가 색다르고 이국적인 느낌으로 쇼를 시작하기에 드림 걸스에나 나옴직한 복고풍 드레스를 입고 인형처럼 똑같이 춤을 추는 한국 소녀들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다. 진행자가 '안녕하세요'를 물어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전 세계에서 야구로 가장 재능있는 사람들은 미국 메이저 리그에 모인다. 축구에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은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커야 수입이 많아지는 법이다. 물론 최고의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성취욕도 있다. 그런데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왠지 박찬호와 박지성이 미국과 영국으로 간 이유와는 달라 보인다. 이들의 미국 활동이 주로 미국보다는 한국에 집중적으로 홍보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이유의 일단을 추측할 수 있다.

원더걸스가 한국에서 성공한 것은 음악 때문은 아니었다. 그것은 '섹시한 소녀'라는, 지금까지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금기의 영역에 자신있고 공개적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청소년들에게 이들은 이성에 대한 자신들의 성적 판타지가 사회적으로 공인된 징표였다.

원조 교제가 형법상 범죄인 나라인데도 이들에 대한 중년 남성들의 음험한 시선은 처벌 받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이 영역이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 <로리타> 를 만든 것이 1962년이었고, <아메리칸 뷰티> 에서 딸의 친구를 사랑하는 아버지로 분한 케빈 스페이시는 2000년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국내시장 노린 마케팅

더구나 대중문화 시장에서도 확실한 전문성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에서 원더걸스가 현재의 가창력으로, 현재의 음악성으로 성공하는 것도 그다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야기다. 이 소녀 그룹을 발굴하고 키워 온 사람들이 이 점은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원더걸스는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새로운 음반과 미국에서의 활동 경력과 함께 올 것이다. 결국 이 소녀 그룹의 미국 활동은 장차 있을 한국에서의 활동을 위한 절묘한 마케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해외 성공기라면 앞 다투어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속성은 당분간 이 그룹의 미국 성공기를 이어 나갈 것 같다.

육사효 인하대 교수 ·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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