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의 격렬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 관련 3법을 국회 부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장외투쟁에 돌입하기로 해 정국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 같은 극한 대치는 9월 정기국회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민주당 등 야권이 "대리투표와 불법적인 재투표로 미디어법 표결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해 법적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또 다시 난투극을 벌이며 극한 충돌을 국민들에 보인데 대해 '막장 국회'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김형오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아 오후 3시35분께 본회의를 개의, 미디어 관련 3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직권상정해 표결에 붙여 42분만에 모두 통과시켰다. 표결에는 한나라당 의원 외에도 친박연대 및 일부 무소속 의원도 참가했다. 신문법은 재석 의원 162명 중 찬성 152표, 방송법은 재석 153명 중 찬성 150표, IPTV법은 재석 161명 중 찬성 161표로 각각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달려가 한나라당 의원들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으나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서 방송법의 경우 재석 의원이 부족해 재투표가 실시돼 적법성 논란이 제기됐고 대리투표 논란도 일었다.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도 로텐더홀 등 곳곳에서 여야 의원, 보좌진 간 몸싸움과 난투극이 벌어져 국회는 하루종일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통과된 미디어법 중 방송법은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1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전문채널 30%까지 방송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지상파의 경우는 2012년까지 경영권은 유예토록 했다. 또 신문의 구독률이 20% 이상인 경우엔 방송 진출을 금지했으나 현재 구독률 20%를 넘는 신문이 없어 사실상 모든 신문의 방송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 방송사업자의 시청점유율은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신문의 방송 겸영 시에는 신문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해 방송의 시청점유율과 합산토록 했다.
여야는 본회의 이후 여론을 잡기 위한 논전을 펼쳤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민에 송구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그러나 소수폭력에 의해 다수결 원칙이 방해받는 것은 의회주의 부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이 원내에서만 싸우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이제는 밖으로 나가 이 정권의 잘못을 심판하고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장외투쟁을 천명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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