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막힌 '나비효과'도 있을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3년간 매장을 운영해온 A수입핸드백 브랜드 임원은 최근 백화점 바이어에게서 매장 이전 요구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매달 4,500만원대의 매출을 꾸준히 올렸는데도 매출 2,000만원대에 불과한 B수입핸드백 브랜드에 밀려 자리를 단독매장에서 편집매장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 면적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매출이 월등한데도 매장 배정에서 나쁜 처우를 받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까르띠에를 유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B브랜드가 까르띠에와 같은 스위스 럭셔리업체 리치몬드그룹 소속이어서 매출이 나빠도 B브랜드에겐 좋은 매장을 배정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달 영등포점의 리뉴얼 오픈을 앞두고 럭셔리브랜드를 대거 유치하고 있다. 까르띠에는 이 곳에 80평 규모로 입점키로 돼있다. 결국 소득 상위 1%를 겨냥한 백화점들의 럭셔리 유치 경쟁이 해외 럭셔리업체들의 콧대를 한껏 높인 데 이어, 열등한 자매브랜드 끼워팔기까지 감수해야 하는 자승자박에 빠진 셈이다.
A브랜드 임원은 "럭셔리브랜드의 매출 수수료가 국내브랜드나 일반 수입브랜드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실은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매출 기여도라는 절대적 기준을 무시하고 무조건 명품에 굽신거리는 게 말이 되냐"며 허탈해 했다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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