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이 21일 해산돼 자민당, 민주당 등 여야 각 당이 8월 30일 총선 때까지 한달 남짓 본격적인 선거전을 전개한다. 야당인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사실상 전후 첫 단독 정권 교체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21일 오전 각료회의를 열어 각 장관들에게서 중의원 해산 각의결정서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일본 천황이 해산 조서(詔書)에 서명하고 중의원 의장이 중의원 본회의에서 이 조서를 낭독하면 중의원은 해산된다. 아소 총리는 해산 결정 후 임시 각의에서 8월 18일 공시, 8월 30일 투ㆍ개표의 선거 일정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미국처럼 양원제를 택한 일본에서 중의원은 하원에 해당하며 의사결정권에서 참의원보다 우위에 있다. 이번 총선은 우정(郵政)민영화를 쟁점으로 2005년 9월 고이즈미(小泉) 총리가 실시한 총선 이후 약 4년만에 치러진다.
현 중의원의 임기를 불과 열흘 남겨두고 실시되는데 선거구마다 1명을 뽑는 소선거구 투표를 통해 300명을, 지지정당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180명을 각각 선출한다.
지난번 총선에서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인기에 힘입어 자민당이 296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소 총리가 총리 자질을 의심받은 지 오래고 자민당은 내분으로 국민의 실망감만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이 18,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의원 비례대표 투표 정당으로 민주당을 꼽은 사람이 42%, 자민당을 꼽은 사람이 19%로 나타났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조사에서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56%, 자민당의 승리를 원하는 사람이 23%로 조사됐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250~280석 정도를 획득,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주간지는 민주당이 무려 332석을 얻고, 자민당은 소선거구에서 불과 25석 등 모두 78석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민주, 선심공약으로 '표밭 다지기'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은 민생 지원 공약을 마련하고 표 다지기를 시도하고 있다. 공약 가운데서도 파격적인 육아, 청소년 지원 정책이 특히 눈길을 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민주당이 2010년도부터 모든 국공립 고교생에게 연간 12만엔(158만원)을 지급, 사실상 수업료 전액을 지원하는 선거 공약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사립고교생에게도 같은 액수를 지급하며 연 수입 500만엔 이하 가정에는 그 2배를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연간 약 4,500억엔의 예산은 불요불급한 정부 사업을 축소ㆍ폐지해 마련할 방침이다.
중학생까지 자녀 1인당 월 2만6,000엔의 육아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필요 예산은 소득세 배우자공제 등을 폐지해 마련키로 했다. 세대주 소득이 연간 400만엔 이하인 학생에게는 장학금 대출을 늘리고 보육원ㆍ유치원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휘발유세 폐지 등도 간판 공약의 일부다.
정책 결정을 관료 중심에서 정치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각료회의를 강화하고 각료, 부대신, 정무관의 '정무 3역'에 각료 보좌관을 추가해 100명 이상의 정치인이 정부 내에서 정책 결정을 주도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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