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음악은 '리얼리티 쇼'다?
1주 만에 앨범 판매 3만장 이상, 인터넷 음원차트 1위. MBC '무한도전'이 동명의 에피소드에서 발표한 곡들을 앨범으로 낸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의 성적이다. '무한도전'의 고정 출연자들과 뮤지션들이 함께 발표한 이 앨범은 방송 직후 큰 화제를 모았고, 전 수록곡이 차트 10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오락프로그램의 삽입곡이 인기를 얻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알렉스가 '화분'을 직접 불렀을 때도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발표된 노래 전곡이 인기를 얻은 것도 유례없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가요제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무한도전'은 출연자들이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타이거 JK는 유재석이 즉흥적으로 만든 멜로디와 리듬을 힙합으로 재편곡하고, 길과 윤도현 밴드는 가사를 쓰고, 거기에 멜로디를 붙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룹 에픽하이의 새 앨범에 히든트랙으로 삽입될 만큼 화제가 된 '전자깡패' 역시 정형돈이 우발적으로 외친 짧은 랩에서 시작됐다. 시청자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곡을 익힌다.
즉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 수록된 노래들은 단지 하나의 곡이 아니라 각각의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인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즐길거리가 많아질수록, 음악은 점점 더 음악으로만 전달되지 않는다. 1980년대부터 뮤직비디오의 시대가 됐고, 1990년대에는 드라마 OST가 등장했으며, 2000년대에는 오락프로그램과 함께 묶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음악이 다른 콘텐츠의 BGM(배경음악)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를 '가지고 노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얼리티 쇼가 보편화된 지금, 대중은 완성된 노래와 춤만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신인 여성 그룹 2NE1을 중심으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들 간의 관계와 실제 생활을 다룬 M넷 '2NE1 TV' 역시 방송 시작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완성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음악기획사들이 마치 공산품처럼 철저하게 기획된 콘텐츠를 내놓는 지금, 대중은 음악에서 그들이 몰입할 수 있는 '진짜'같은 이야기를 원하게 된 것은 아닐까. 30년 전 음악은 음악이었다.
20년 전에는 춤이었고, 10년 전부터는 대형 마케팅이었다. 그리고, 미래에는 리얼리티 쇼가 될지도 모른다. 뮤지션의 '진정성'을 원하는 리얼리티 쇼 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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