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각종 대출 연체율과 부도 업체 수가 6월 들어 잇따라 기록적인 저점을 찍었다. 경기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서민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힘든 상황인데 연체율과 부도율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분명 나쁜 신호는 아니다"면서도 착시 현상이 아닌지 경계하고 있다.
은행 연체, 한달 만에 4분의1 줄어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6월말 현재 대출 연체율(1.19%)은 5월말보다 0.41%포인트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연체의 경우, 올들어 줄곧 2.5% 안팎을 유지하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6월에만 0.71%포인트 떨어졌고 올 2월까지만 해도 1%에 육박(0.89%)하던 가계대출 연체율도 6월에는 0.59%까지 낮아졌다.
신용카드 연체율도 급호전세다. 최근 금감원의 가집계 결과, 신한·삼성·현대 등 5개 전업 카드사의 6월말 현재 연체율은 3.10%로 3월말보다 0.49%포인트 급감했다.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물론, 심지어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6월 부도업체 수(125개)는 한술 더 떠 통계 작성이래 20년 만에 가장 적었다.
급호전세, 왜?
전문가들도 일단 "경기가 서서히 좋아지는 신호"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 하지만 급격히 낮아지는 '속도'에는 의문을 표시한다. 실제 경기가 그만큼 좋아 졌다기 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된 '반짝 호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올들어 계속되는 정부의 보증 확대와 만기 연장 효과. 이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게도 연체와 부도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하나는 '분기말 효과'. 각종 경영지표를 관리하는 금융기관들이 중간결산 시기를 맞아 그동안 쌓여있던 부실을 대거 털어낸 결과라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 감소액 4조원 중 3조원 가량이 부실채권 상각 및 매각분"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올들어 대출규모(분모)가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연체금액(분자)이 작아지는 기술적 요인도 지적된다. 한은 관계자는 "연체대출금 규모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70~80%대 증가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을까
향후 전망 역시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지만, 불확실하다"는 게 대세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상반기 연체율 하락은 저금리 기조와 각종 일회성 요인이 더해진 결과"라며 "하반기에도 수치가 더 떨어지기 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연체율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연체율 추이는 경기회복의 속도와 강도에 달려있다"며 "무한정 지속될 수 없는 정부의 각종 지원조치가 거둬들여지는 시점에 경기가 때맞춰 살아나지 못하면 지금의 연체ㆍ부도율 호전은 자칫 태풍의 눈에서 잠시 비치는 햇살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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